2006년 2월 23일 목요일

[펌]나는 흑마다...(24) (by 영원의나라)

24. 편지

슬픔이란 언제나
살아남은 사람들의 것

때론 기억이
아픈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 해도

한줄기 추억으로
그리움 사이에 고이 접어

넣어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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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를 만나기 전에

언젠가 그런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삼춘... 근데 삼춘은 왜 장가를 안가효?'

'...장가고 뭐고, 삼촌을 자꾸 삼춘이라고 하는 이유가 뭔데..?'


영원이를 에버랜드에서 처음 보기 전에

난 그저 연희를 어린아이로만 대했었다.


'웅... 예전에 친구들 보니까 예전에 다들 삼춘이라고 부르던데... ;ㅂ;)a'

'삼촌이 표준어야. 그러니까 그렇게 불러. -_-'


'........;ㅂ;)a'


표준어 따윌 운운하며 말하는 내게

영원이는 한참을 쭈뼛거리더니 말을 꺼냈다.


'....삼춘이.... 더 정감있는데.... ;ㅂ;)a'

'........-_-;;'


정감은 무슨...

아.... 설마;;


'영원이... 혹시 삼촌이 없니..?'

'네... ;ㅂ;)/'


고모들만 몇명 있을뿐

아들손이 대대로 귀한 집안이라고 했다.


'음....;;;'


미안하기도 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꺼낸 죄책감에

잠시 할 말을 생각하고 있는데 영원이의 말이 이어진다.


'그리구... 삼촌이라고 부르면 친조카 같잖아효... ;ㅂ;)a....'

'......-_-;'

'삼춘이라고 부르면... 왠지 나만 부르는 이름 같기도 하구... ;ㅂ;)/...'

'..................-_-;;;'


더 고집부리면 왠지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은 느낌.


'알았어. 그럼... 그렇게 불러;;'

'와!!! 진짜효??!!! ;ㅂ;)/'


그렇게 좋을까. 그냥 부르는 것 뿐인데.;;


'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삼춘 우리삼춘!!!!!! ! >ㅁ<'

'......아쭈. -_-'

'우리 삼춘, 최고!! 히히힛!! >ㅂ<'


그렇게 좋았었니.. 삼춘이라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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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가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영원이를 남겨두고

빈차로 혼자 돌아오는 길은 너무도 길었다.


"후......"


창문을 조금 열고

담배를 하나 물어 본다.


친구차를 빌려오긴 했지만

약간의 담배냄새가 배어도 이해해 줄 것이다.


'미안하다....'


지난번 영원이와 에버랜드를 왔을 때

차를 빌려오지 않은 것이 이리도 후회될 줄은 몰랐다.


친구에게 빌렸어도 되었고

하다못해 렌트카를 가져오는 것 역시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생각으로 나는 그러질 못했다.


'삼춘.. 우리 다음엔 꼭 같이 집에가효. ㅠㅠ'


나는 영원이의 작은 부탁하나도 들어주질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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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희가 남긴 편지에요...."


영원이의 유언대로

에버랜드가 내려다보이는 그곳에

영원이의 유해를 뿌리고 난 후


그녀는 작은 핸드백안에서

연희가 나에게 남겼다는 편지를 꺼내어 건내주었다.


"그동안... 고마왔어요...."

"........"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 오열하고 있는 연희의 엄마와 큰언니.


영원이의 가족들을 뒤로 한채

나는 그렇게 도망치듯 차에 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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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


담배연기가 눈에 들어갔나보다.

눈이 아파서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



집앞에 차를 세우고

텅빈 집안으로 들어와 쓰러지듯 허물어진다.


너무도 꿈결같고

너무도 믿어지지 않는다.

영원이가 이 세상에 더이상 존재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혀 실감나지 않는다.



어쩜 나는 긴 꿈을 꾼것이 아닐까...


금새라도 영원이가 '삼춘'이라며

저 만치에서 달려올 것만 같다.


"하아...."


아직도 마르지 않은 눈물을 닦고

조용히 컴을 켜본다.

그리고 영원이의 아이디로 접속을 시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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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워드가 바뀐것도 아니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영원이의 캐릭이 보이지가 않는다.


갑자기 눈앞이 멍해진다.


어떻게 된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불과 지난주에만 해도

영원이의 캐릭은 분명히 존재했었다.


강제종료를 시도해본다.

어쩌면 섭따등의 버그로 인해

일시적인 오류일 수도 있을 것이다.


".........."


몇 번을 다시 시도봤지만

영원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마치

처음부터 영원의나라 캐릭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텅빈 여백만이 캐릭터 창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불현듯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설마.....'


나의 흑마를 잊혀진땅

어느구석엔가 영원히 묻어두고

새롭게 사제를 만든 이후로

그동안 나는 접속을 하지 않았었다.


급하게 나의 계정으로 접속해본다.


로그인 화면이 바뀌고 캐릭터선택 화면이 뜬다.


"..........."


그리고 그 곳에서

나는 영원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영원이의 모습이

랩1짜리 작은 노움의 모습으로 변하여

나의 계정안에 살아 숨쉬고 있었다.


"여... 영원아....."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 흐른다.

마치 수도꼭지처럼

울움도 나지 않는데 눈물만 흐른다.


"이... 이거였니."


내가 영원이를 찾아 처음으로 병문안을 갔었던 그날.

굳이 내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알려달라고 때쓰던 이유를

나는 오늘에서야 알 수가 있었다.


내 계정안으로 들어와 있는... 영원의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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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이 뿌옇다.

눈이 보이질 않는다.

떨리는 손으로 양복주머니 안쪽을 더듬어 본다.


차마 용기가 나질않아

아직까지 뜯어보지 못한

영원이가 나에게 남긴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


조심스럽게 손으로 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꺼내어 본다.



=============



-삼춘!!! 헤헤!! 연희에요.

-이렇게 편지로 쓰자니 되게 어색하고 쑥쓰럽네요. ㅎㅎ

-그래도 삼춘한테 꼭 남겨야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써봐요.


영원아...


-이 편지를 삼춘이 보고 있다면.. 이미 내가 세상에 없다는 뜻이 되겠죠?

-헤... 왠지 쪼끔 서글프다. ㅠ0ㅠ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이제 더 이상 아플 일은 없을테니까요.


이렇게 될 거 알고 있으면서도

너는 그리도 밝고 명랑했었구나.


-삼춘... 얼마 안있으면 삼춘 생일이네요.

-그동안 찾아가질 못해서 많이 미안했어요.

-삼춘이랑 에버랜드 갔다온 담에 며칠있다가 갑자기 되게 많이 아팠어요.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는데.. 엄마랑 언니가 펑펑울면서 옆에 있었어요.

-내가 정신을 잃은지 하도 오래되서 죽는줄 알았었대요.


어느날 갑자기 소식도 없이 사라졌었던 영원이.

그리고 끝없이 이어졌던 나의 기다림.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는데... 며칠전까지만 해도 중환자실에 있었어요.

-어제 병실로 옮기면서... 언니랑 엄마랑 막 우는 걸 보았어요.

-내가 몸이 많이 좋아져서 옮기는데도 슬픈가봐요.

-참 다행이에요. 삼춘한테 인사도 못하고 먼 곳으로 가는줄 알았었는데...


촛불은 꺼지기 전에 가장 밝다.

아마도 영원이도 그런 상태였으리라...


-며칠있으면 삼춘 생일인데.. 선물도 준비할 수가 없네요.

-그래서 언니 졸라서 병실에서 컴퓨터 할 수 있게 조르고 있어요.

-아파서 안된다고는 하는데.. 조금만 더 조르면 될 것 같아요.

-작은 언니는 내 말이면 무조건 들어주거든요. 헤헤..


그랬구나.. 그렇게 힘들게 내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구나.


-예전에 혼자 집안에만 있을 땐.. 세상이 참 어두웠어요.

-삼춘 몰랐죠? 예전에 내가 얼마나 외로왔는지....

-일년, 이년 아파가면서... 친구들과도 점점 멀어져가고

-대학엘 가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사람들만... 마냥 부러워하곤 했어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책을 읽는 것 뿐...

-다른 사람들처럼.. 연애도 하고, 차도마시고, 수다도 떨면서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것이

-내게는 왜 이리도 힘든 것일까요....


한번 쏟아져내리는 눈물은 멈추지를 않는다.


-어떨때는 빨리 죽고 싶은 적도 있었어요.

-이렇게 힘들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보다 그게 더 나을꺼란.. 그런 나쁜생각 한적도 있었어요.

-첫눈에 반한다는... 그런 것 따위는 절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게임이란 걸 할 수 있다는 거 알게 됐구..

-그러다가 삼춘을 만나게 됐었죠.


그래... 나도 기억해.


-맨 처음 삼춘을 봤던 순간이 지금도 생각이 나요.

-괴물들한테 둘러쌓여서 어떻게 할수도 없는데..

-막 도망다니려고 해도 점점 더 늘어나서 이젠 끝인가보다 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삼춘이 내려왔어요.


삼춘도 잊지 않고 있단다...

코볼트들에게 둘러 쌓여 난감해하던, 영원이 네 모습을.


-불타는 말을 타고 내앞에 나타나 하늘에서 불덩어리를 내리는 삼춘의 모습은

-나한테는 정말 꿈같은 모습이었어요.

-투구에가려서 얼굴도 볼 수가 없고.. 빨간눈이 무섭긴 했지만...

-분명히 좋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어요.


언제나 공포머리를 푹 눌러쓰고 다니던

그때의 내모습이 기억이 난다.


-헤... 첨엔 언니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삼춘이란 거 알고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르죠?

-에버랜드에서도 첨 봤을때.. 너무 좋았구요...

-삼춘이랑 원숭이랑 곰들이랑 같이 놀때두 정말 잊지 못할꺼에요.

-태어나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어요.


그랬구나... 나도 그랬었어.


-나 사실은 예전에 삼춘이 말했던 게 자꾸 기억이나요.

-오래 전 글을 쓰다가 다 접었다는... 그 이야기.

-그 언니가 삼춘한테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몰라도...난 삼춘이 다시 글을 썼으면 좋겠어요.

-사실은... 꿈을 버릴정도로 좋아했던 그 언니한테 왠지 질투도 생기구요. -_-)+

-나 때문에 다시 글을 쓸 수 있다면... 내가 언니를 이기는게 되는 거니까. 헤헤..

-꼭 들어줄꺼죠? 내 마지막 소원이니까.. 안들어주면 안되요.ㅎㅎ


바보야. 이미 나한테는 너 밖에 없는 걸...

내 마음은 영원이 너밖에 없어서.. 다른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는 걸...


-아 참!! 그리고 소원 하나 더!!

-나 없다고 해도 절대로 울거나 하지 말고... 밥도 잘먹고 회사도 빠지면 안되요.

-그냥.. 삼춘을 많이 좋아했었던 사람,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 기억해주면 되요.

-만약 내가 없다고 해서 매일 울고, 모든걸 다 포기해 버리는 그런 삼춘이 된다면

-나는 하늘나라에서도 되게 많이 슬플꺼에요.


내가 어떻게 널 잊겠니.

세상이 지금 끝난다고해도.. 어떻게 그 기억을 지우겠니.


-사실 지금도 걱정이 되요.

-툭하면 우는 울보라... 옆에서 누가 항상 돌봐줘야하는데...

-우리 삼춘... 불쌍해서 어떡해요. 그렇게 울 때마다 내가 눈물 닦아줘야 하는데.

-이젠 그렇게 못해줘서.. 너무 미안해요.

-나... 더 울게 만들지 않을꺼죠? 씩씩하고 멋지게 살아 갈 수 있죠??


내가 울 때마다.. 항상 내 얼굴을 어루만져주던 작은 아이.


- 울지 말아요. 삼춘은 흑마잖아요.ㅎ

- 해봐요. 나는 울지 않아.

- 해봐요. 나는 흑마니까, 절대 울지 않아.

-절대 울면 안되요.. 이젠.. 삼춘 울어두 눈물 닦아줄 사람 없으니까..

-삼춘이 울면 하늘나라에서도 나 너무 슬퍼서 편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앞으론 절대로 울지 않기!! 약속!!!


미안해... 울면 안되는데... 자꾸 이상한게 눈에서 나와.


-언제나 혼자다니는 삼춘이 많이 안쓰럽고 안타까웠어요.

-쉽게 상처받고.. 쉽게 아물지 않아서.. 언제나 혼자 외롭게 다니던 우리 삼춘...

-내가 항상 곁에서 지켜주려구 했는데... 먼저 떠나서 미안해요.


예전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후로

알속에 틀어박힌 것 처럼.. 언제나 혼자였던 나.


-앞으론 그렇게 혼자만 있지 말구... 친구들도 만나고 그래요.

-게임도 혼자 하지 말구 길드도 들고, 벙개라는 것도 나가고...

-사람들하고 재밌게 아웅다웅 하면서 지내길 바래요.

-그리고... 주말엔 예쁜 언니 만나서 데이트도 좀 하구요.

-그렇게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께요.


게임안에서조차 언제나 소환수와 둘이서

외롭게 사냥을 다니던 나..


-그래야 나도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약, 나 때문에 아무도 안만나고

-매일매일 슬픔에 빠져서 지내기만 한다면

-나는 죽어서도 내내 가슴아플꺼에요.


그럴께. 길드도 들고 친구들도 만들께.


-하늘나라에서도 언제까지나 삼춘 지켜보면서.. 행복하기를 기도할께요.

-맨날 삼춘말 어기고 딴짓하는 못된 아이였으니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어길께요.ㅎㅎ

-오빠. 연희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우리 현이 오빠.

-처음봤을때부터 지금까지 사랑했어요. 그리고도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께요.


참았던 슬픔이 한꺼번에 터져나온다.


-오빠, 그리고 삼춘.

-안녕...



============



한참을 울었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흘렸던 모든 눈물보다

오늘 하루동안 쏟은 눈물이 훨씬 더 많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를 걱정하던 아이.

언제나 자신보다도 나를 더 돌보며

위로하려 애쓰던 아이.


'바보얏!!! 거기서 나한테 힐을 주러오면 어떡해!! 몹이 다 널 쳐다보잖아!!'

'아..... 그게.... 삼춘이... 죽는줄 알고.... ㅠㅠ


게임안에서조차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고

내게 무한힐을 넣어주던 아이.


'삼춘 이거 먹어요!!'

'이 물약을 사용하면 체력이 140~180만큼 회복됩니다.'


만랩인 내게

하급치유물약을 조심스럽게 건내주던 아이.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어느날부턴가 나에게 감정표현이란 것을 보내던 아이.

그리고 유일하게 내게만 키스를 보내고 부끄러워하던 아이.


'헤헤!! 삼춘!! >ㅂ< '


휴먼캐릭터였지만

마치 노움처럼 방방뛰면서 행동하던 아이..


그리고 이제 노움이 되어

나와 함께 영원히 같이 숨쉬는 아이...


"후........"


이젠 작은 노움으로 변해

내 곁에만 남아있는 아이.



담배를 하나 꺼내문다.

그리고 새캐릭터 생성버튼을 눌러

예전의 영원이의 모습을 꼭 닮은

흑마를 하나 만들어 본다.


'파멸의나라'


아직 내겐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펌]나는 흑마다...(22) (by 영원의나라)

22. 別離 ∥

나의 기침소리조차
들키고 싶지 않은 작은 소망

하지만 그렇게 되??? 않기를 바라는
이율배반적인 나의 가슴

모든 것은
침묵의 고요로 묻어둔채로
늘 그렇듯 챗바퀴 속에 돌려버릴 뿐

이것이 내 마지막 바램

그리고 당신을 위한 처음,
마지막 나의 배려...


==========================


나의 흑마를 잊혀진 땅 어딘가에

영원히 묻어버린날,

나는 새로운 은빛나래를 만들어야만 했다.


캐릭터 생성을 하자

웅장한 스톰윈드의 모습 아래로 엘윈숲이 보인다.


'후......'


직업을 선택함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당연히 나의 은빛나래가 가야할 길로 왔을 뿐.


랩1 휴먼 사제...


하얀색 견습로브가

왠지 낯설지가 않다.

.
.
.
.
.
누군가를 보호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내 모든것을 버려서라도

눈물나게 지키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나는 붕대질을 할 망정,

마지막 남은 단 한칸의 엠이라도 모두짜내

치유해 주고팠던

그런.. 사람이있었다.



단축키창을 내려다 본다.

하급치유와 성스러운일격 스킬이 보인다.


'바보....'


스킬창에 있는 기술들조차

사용하는 법을 몰라

랩 7이 될 때까지 둔기만으로 몹을 때려잡던

그런 사제가 있었다.


상급사제나 파티란 것의 의미조차

모르던... 바보같은 사람이 있었다.


처음 받아본 생석을 팔아버린 줄 알고

안달하며 조바심내던 그런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제를 조용히 바라보던

어떤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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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느낌표 사이를 뛰어다니며

이리저리 퀘스트를 하러다닌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나의 은빛나래는 금새

레벨 7이 되어버린다.


맨 처음 그 아이를 보았던

그 때,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곳으로 달려가 본다.


엘윈숲. 개미굴 광산앞에

코볼트들이 보인다.


제법 바글바글한게

동시에 두마리는 버거울지도 모르겠다.


보호망을 시전하고

한마리에게 성스러운 일격을 날린다.

그리고 고통을 걸고

다른 한마리에게도 고통을 걸어준다.


둔기로 한마리를 때리면서

피가 어느정도 빠질때마다 하급치유를 한다.


고작 체력 3짜리지만

인내도 걸려있다.



금새 동랩몹 두마리가 누워버린다.

잠시 앉아서 엠탐을 해본다.


이렇게 앉아서 물빵을 먹으면

어디선가 영원이가 나타날 것만 같다.



"크흑......"


얼마 버티지 못하고 컴을 꺼 버린다.


이젠 모든게

너무 늦어 버렸다.


나에게 와우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가 또 다시 접속 하는 날이

과연 올수 있을까.


그때까지...

나의 은빛나래는 이곳에 서 있을 것이다.


==========


날이 밝는다.

부시시한 모습으로 출근준비를 한다.


이런 내모습을 본다면

영원이는 뭐라 말할까..


힘겹게 세면을 하고

하나둘 옷을 챙겨입은 뒤

무거운 발걸음으로 회사로 향한다.


챗바퀴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시간이 더디 간다.

아직 영원이를 보려면 이틀이나 더 남았다.

.
.
.
.
하루가 더 흘렀다.


내일은 토요일.

오늘만 지나면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영원이를 만나러 갈 수 있다.


안간힘을 쓰며 하루를 보낸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긴 하루를 보낸다.


살며시 사무실을 나와

비상구 계단으로 간다.

그리곤 언제나처럼 담배를 하나 꺼내문다.


"후우....."


담배가 늘었다.

커피가 늘었다.

그리고... 한숨이 늘었다.


.
.
.
.
.
.
"삼추운!!!! 삼춘은 왜 담배를 펴효?? 'ㅁ')/"

"응....? -_-)a"


벤치에 앉아 습관처럼 담배를 꺼내문 내게

영원이는 그렇게 물었다.


"음... 그렇잖아요. 술은 마시면 취하기라도 하는데.. 담배는 좋은게 없잖아효.. ;ㅂ;)a"

"ㅎㅎㅎ"


잠시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말을 꺼낸다.


"딱 하나 좋은 점이 있어."

"그게 뭔데효? ;ㅂ;)a"


쓴웃음이 나온다.


".....한숨을 연기속에 감출 수 있다는 것."

"..........."



.
.
.
.
.
눈가가 아프다.

코끝을 찡그려서 눈물을 참는 일이 잦아서일까.

담배연기에 한숨이 섞여 나온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번호를 본다.

영원이의 언니다.


"여보세요."

"아... 오빠. 저 은희에요."


지난번 면회 이후로

항상 습관처럼 내가 먼저 연락을 했을 뿐

먼저 연락이 온적은 없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

"연희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내 목소리가 떨리는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뇨.... 그건 아니구요....."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다행이다.


"혹시... 괜찮으시면 오늘 병원에 와주실 수 있으세요?"

"오늘요?"

"네... 저녁에 병실이 비는데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아.... 그렇군요."


시계를 본다. 오후 3시 반.

"어차피 내일 쉬니까 괜찮아요. 이따가 퇴근하고 바로 갈께요."

"네.. 부탁드릴께요."


어딘지 모르게 연희언니의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나온다.

아마도 행여 연희가 혼자 있게 될까봐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부탁이라뇨... 당연히 제가 해야죠."


행여 간병인이 있어 돌본다 하더라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으리라 생각을 해본다.


"고마와요......"


목소리에 물기가 조금 많이 묻은듯 하다.

그리고 전화를 끊기를 기다리는

나에게 나지막한 목소리가 전해져온다.


"정말... 고마와요. 제부...."


=========


"죄송합니다. 이만 퇴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오후 4시가 되기도 전에

책상을 정리하고 일어서자

팀장의 눈빛에 의아함이 나타난다.


"여자친구가 몸이 안좋아서 가봐야겠네요. 죄송합니다."


너무도 당당한 내모습에 기가 막혔으리라.

당황한 팀장의 모습이 역력하다.


"월요일날 뵙겠습니다."


인사와 함께 ID카드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내게

박이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유대리 퇴근하는 건가?"


잠시 멈짓하던 팀장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지금... XXX호텔 불시 점검나가는 중이에요. 현장직퇴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아... 그렇구먼..."


쓴 웃음이 나온다.

아직 쫓겨날때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


숨이 턱까지 찬다.

군을 제대한 이후로 이렇게까지 뛰어본 적이 얼마만인가.


입에서 단내가 난다.

그래도 쉬지않고 계속 달린다.


밀리는 택시안에서 더는 기다릴 수가 없어서

도중에 내린것이 잘못이라면 잘못.


하지만.... 후횐하지 않는다.

다만 1분이라도 먼저 도착할 수만 있다면

나는 열번이고 백번이고 달려가리라.



병원문을 열고

연희가 누워있는 병실로 올라간다.

계단을 굽이굽이 돌아

나의 발에 풍진이 일때까지 달려가 본다.


============


"헤.... 삼춘....."


눈물이 울컥나온다.

며칠 못본사이 온통 보라색이 되어버린 영원이의 입술.

코로 연결이 되어 이어져있는 작은 호스.


"보고싶었어효..."


이 작은 아이의 몸에

신은 왜 이런 고통을 내려주는 것일까.


"나도... 무척 보고싶었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해도

판도라의 상자속 마지막 남은것이

한가지 절망뿐이라 할지라도

우린 행복했었다.


영원아, 너를 만날 수 있었던 건

내 생에 가장 기쁘고 행복한 일이었단다..

그거 알고 있니?


응.. 삼춘.

나도 그랬어효.ㅎㅎ


이름모를 측정기들의 삑삑거림들 속에서

우린 잠시 그렇게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부몰락지대에 머물던 석양이

영원이가 머물고 있는 병실창문에도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한다.


창밖으로 노을이 무척이나 아름답던..

그런 저녁이었다.

[펌]나는 흑마다...(20) (by 영원의나라)

20. 기억

살아있다는 것은
때론 기억 한다는 것.

추억은 언제나
그리움에 비례한다.

하늘이
무너져 내릴것만 같은
아픔이 있다해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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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유난히 하얀 피부라 느끼기만했다.

병으로 인한 창백함임을 몰랐던 나의 착각이

너무나 미안하기만 하다.


조금만 뛰어도 숨이 가쁜아이를

그저 여자아이라 그런가보다 했었다.


영원의나라... 그 닉을 보고도 아무 생각을 못했다.


롯데월드도 못가봤다 하면서도

꼭 멀리있는 에버랜드에 가고싶다고 하는 이유를

그땐 몰랐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다.

이따금 타오르는 갈증만 있을 뿐

허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어쩜, 먹는다 해도 그대로 다 쏟아버릴지도 모르겠다...


.
.
.
.
.
.
.
"그럼 골수 기증자는 있는 상황인가요..."


어쩌면 물으나 마나한 질문.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 했던가.

나역시 행여 하는 마음이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개를 가로젓는 응답 뿐이었다.


"........."

"........."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무슨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연희가 처음 백혈병이란 걸 알았던 건... 고등학교 2학년때였어요."

뜨겁던 커피가 식어갈 무렵, 그녀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언제부턴가 많이 힘들어하고... 코피가 나도 쉽게 멎지가 않아 병원엘 갔었죠.

그때 알았어요. 우리 연희에게 그런 무서운 병이 있었는지...."


만성골수성은 급성과는 달리 병의 진행속도가 느리다.

처음에는 하이드레아를 복용했을테고... 나중엔 글리벡을 투여했겠지.


"학교도 그만두고 그렇게.... 5년동안을 매일 투병을 했어요."


그리고... 행여 나타날지도 모르는 골수기증자만을

매일같이 기다렸을테고...


"매일같이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받았지만.. 병의 진행을 늦추는 정도였었죠."

"....항암치료는 하지 않았나요?"

"네.... 입원조차 싫어해서 집에서 통원치료만 했었거든요...."


속이 매스꺼워져서 모든 것을 다 토해버리고

너무도 독해 부작용으로 머리카락까지 다 빠져버리는... 최후의 방법.


"그렇게 매일같이 창문밖만 바라보고 살던아이가... 그렇게 집에서 책만보던 아이가....."

"..........."


그녀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돈다.

"어느날 갑자기 생기가 돌더라구요."


바보....

"그렇게 먹기 싫어하던 음식들은 먼저 찾는가 하면... 심지어....."

"......."

"...쑥뜸뜰때도 울지 않고 꼬옥 참더라구요...."


엷게 웃는 미소사이로 눈물이 맺히는 것이 보인다.

"항상 뜸을 뜰때면 아파서 몸부림치던 아이가... 오빠를 알게되면서부터 많이 달라졌어요."

"........"


아.....


"내 방에 들어와 나를 쫓아내고는 컴퓨터를 하면서.... 자긴 꼭 나을꺼라구.

그래서 연애도 하고 시집도 갈꺼라구....."

"........."

"언제나 오빠이야기를 할 땐....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홍조가 돌았었죠..."


코끝이 시큰해져 온다. 젠장..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아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한동안 진행이 멈췄던 연희의 병이... 심해지기 시작했어요."

....급성기라더군요.... 더이상 약으로는 진행을 늦출수가 없었어요.....

연희는... 항암치료를 받기로 하고... 마지막 소원으로 외출을 하고 싶댔어요..."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오빨... 참 많이 좋아했어요. 바보같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도....."


참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하늘이 너무도 가혹하기만 하다.



.
.
.
.
.
'그럼 넌 뭐가 싫은데??'

'쑥이요. ㅠㅅㅠ'

'엥....?'

'난 쑥이 정말 싫어요. 세상에서 젤루 싫어..ㅠㅠ'


바보같이...

난 영원이가 그말을 왜 했었는지... 여태 몰랐다.


내품는 담배연기 사이로

눈물도 함께 흩어진다.



========


아침부터 일어나서 옷매무새를 다듬어 본다.

면도를 하고 샤워를 하면서

거울에 이곳저곳을 비춰본다.


밝고 말쑥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싶다.

조금이라도 초췌한 모습은 들키고 싶지않다.

.
.
.
병실문을 들어서기 전에 심호흡을 한다.

"후우...."


이 문을 들어서면 영원이가 있다.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있다.

꽃다발을 든 내 모습이 많이 어색하지만, 용기를 내본다.


"똑똑...."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있는 영원이가 보이고

그 주변에 영원이의 가족들이 보인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현민이라고 합니다..."

"반가와요. 내가 연희 애비되는 사람이에요."


인자해보이는 모습의 가족들.


캐나다에 있다는 큰언니를 제외하고는

모두 연희곁을 지키고 있었다.


따뜻해보이는 사람들..

이런 가족들이라 다행이다, 정말..


=======


"삼춘..... "


고개를 돌려서 침대에 누워있는 영원이를 본다.

순간 눈물이 울컥 쏟아질 것 같다.


.
.
.
.
.
.
"연희가.... 오래 못버틸 것 같아요..."

창밖을 내다보며 영원이의 이야기를 하던 작은언니가

갑자기 힘들게 입을 연다.


"....폐렴이 왔어요. 흑...."

".....!!!!"


백혈병에 걸렸을때 가장 무서운 것이 열이다.

일시적으로 나는 열이 아닌경우에는

몸속 어딘가에 염증이 생겼다는 이야기므로

그것이 곧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하.... 항생제는요? 항생제로도 나을 순 없는 건가요?"

"흐흑...."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인간의 의술로는 해결하지 못할 선을 넘어간 상태...


"내일... 병원에 와주실 수 있으세요...? 연희가 많이 보고싶어해요...."


영원이는 벌써 하늘나라에 한발을 들여놓은 상태였다.

.
.
.
.
.
"헤....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진 않았는데...."


아이보리색 모자를 눌러쓴 영원이.

아마 저 모자밑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을것이다.

여전히 하얀 피부에 수줍은 미소.

낯선 환자복이 조금은 민망한듯 담요를 가슴까지 끌어올린다.


"괜찮아.....? 아직 많이 아퍼...?"

"응... 많이 좋아졌어요."


영원이의 곁으로 다가서서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금새라도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엄마... 잠깐 할말이 있어요."


어제 보았던 연희의 작은언니라는 그녀.

조금 불편할지도 모르는 나를 배려하듯이

부모님을 모시고 밖으로 나간다.


"삼춘......"

"응..."

"많이 보고싶었어요...ㅎㅎ"


.....나도.

목구멍까지 울음이 솟아 입밖으로 말이 나오질 않는다.


"삼춘이랑 또 에버랜드 가야되는데.... 헤....."

"으응... 또 가면 되지......"


그럴수 없을거란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밖에 위로하지 못하는 내가 싫다.


"에.... 삼춘 울어효?"

"아냐... 울긴 누가...."


바보같이.. 눈물이 멈추지가 않는다.


"우리삼춘은... 참 바보에요. 정말....."


영원이의 손길이 내 얼굴을 어루만진다.

예전에 그랬던 것 처럼.... 내 눈물을 가만히 닦아준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영원이에게 입을 맞춰줬다.


이마.

콧잔등.

그리고 입술.


너무도 그리워했던 영원이의 모습.


"헤... 우리 삼춘, 이제 보니 선수네. ㅎㅎ"


애써 농담으로 슬픔을 감추려 하지만

나보다 영원이의 가슴이 더 아플 것이란 것이

피부로 느껴져 그것이 더욱 슬프다.


===========


"삼춘!!! 아니아니 그렇게 말구요!!"

"음.... 이렇게 하면 되는거야?"


잠시 그렇게 영원이와 있다가

영원이의 부탁으로 캐비넷 뒷쪽에있는 노트북을 꺼내왔다.


병원에 컴퓨터가 없었기에

지난번에 내내 언니를 졸라서

노트북을 가져오게 한 모양.


그리고 아픈몸을 무릅쓰고 병원에서 힘들게

와우에 접속을 했었을 것이다.

내 생일 축하해 주기 위해...



"와... 이러면 정말로 와우에 접속이 되는거야?"

"그러엄요!! 'ㅁ')/"


무선랜 카드 같은것일까.

조심스럽게 와우를 실행시켜 본다.


"아이디 불러봐."

"for*******"


한자한자 영원이의 아이디를 입력해본다.


"패스워드는?"

"안대욧!! -_-)+"


힘들어서 대신해준다는 말은 들은체만체

자신이 직접 입력해야한다고

노트북을 자신의 다리앞에 놓는다.


그리곤 한자한자 힘겹게 패스워드를 입력을 한다.


로그인을 하자 보이는 회색빛 풍경

가시덤블 북쪽 무덤가에 영혼의 치유사 앞에

영원이의 모습이 보인다.


"헤..... 무덤부활 해야지."


영혼의치유사에게 무덤부활을 시켜놓고

아이언포지로 귀환을 탄다.

그리고 곧바로 로그아웃을 한다.


"삼춘, 아이디 불러봐요."

"응...? 내꺼?"

"네에!! 'ㅁ')/"

"싫은데... -_-"


짐짓 안가르쳐주려고 하자

영원이의 커다란 눈동자에 장난기가 돈다.


"흐음... 진짜 안가르쳐 줄꺼에요?"

"내가 그걸 왜 말해주냐. -_-"


갑자기 심호흡을 하듯이 숨을 크게 들여마시고는

무언가 큰소리로 이야길 하려고 한다.


"언니~~!! 삼춘이 나한테 막 이상한 짓 하려고~~~ 웁웁!!"

"....뭐든지 다할께.... ㅠㅠ"


약간 오버하듯이 영원이의 입을 막고는

설득을 시켜본다.


영원이가 원한다면 와우를 접어도 상관이 없다.

아니, 두번다시 인터넷이며 게임따위 안해도 좋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장난을 치고 싶었다.


"된다.ㅎㅎ"


아까 영원이의 영혼이 서있던 바로 그자리에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나의 흑마도 온통 회색빛으로 서있다.


무덤부활을 하고 귀환을 탄다.


"이렇게 여관에 세워놔야 경험치를 먹죠!! 'ㅁ')/"


만랩이라.. 더이상 경험치바가 오르지 못한다는 것은

내겐 ???무런 이유가 되지 못했다.


"아... 삼춘이 깜빡 잊고 있었어."

"피이.. 이래서 남자는 항상 여자가 돌봐줘야 한다니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영원이.


이렇게 내 눈앞에 있는 영원이가

언제 숨이 멎을지 모르는 그런 상태란 것을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


"삼춘.... 나 쉴래효...."

"응.... "


조심스럽게 침대 등판각도를 움직여본다.

앉은자세로 세워져있던 베드의 머리부분이

조심스럽게 수평이 되어 내려져간다.


"불편하지 않아....? 베개 다시 베여줄까?"

"괜찮아효....ㅎㅎ"


어느새 영원이의 부모님과 언니가 병실에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인사를 하고 병실 밖으로 나섰다.


"삼춘!!! 내일도 올꺼죠??"


휴가라는 것을 확인한 영원이는

그 기간만이라도 매일 보고싶은 모양이다.


"그럼.. 당연하지. 이쁘게 하고 있어야돼!! "

"헤..... ㅎㅎ"


언제나 영원이는 내 눈에 예뻤다.


머리가 길때나 짧을때나

화장을 했을때나 하지 않았을때나

언제나 눈이부시도록 아름다웠다.


=======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바로 와우를 실행시켰다.


사람은 누구나 연기자라 했던가.

나는 오늘 태어나서 가장 힘든연기를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아무눈치도 채지 못한듯 그렇게 멀쩡히 대꾸했지만

심장이 조여드는 아픔에 미칠것만 같았었다.



로그인 화면에 영원이의 아이디를 넣는다.

그리고 몰래 훔쳐봤던 패스워드도 입력한다.


잠시 후 스톰윈드를 배경으로 한 영원의나라 캐릭이 보인다.


목구멍까지 울음이 찬다.

"크흑......."


로그인을 하자 아이언포지 여관에 서있는 영원이의 모습이 보인다.

이미 눈물이 가득차 모니터가 온통 뿌옇게 보인다.


애써 울음을 참고

키보드를 움직여 이곳저곳을 다녀본다.


경비병에게 말도 붙여보고

길가는 엔피시에게 빵도 하나 사본다.


마치 내가 영원이인것처럼

점프도 폴짝폴짝해가며 이곳저곳을 배회해본다.



하지만...

영원이는 지금 낯선 병원침대에 누워

이곳에 올 수가 없다.



저만치에 경매장다리와 은행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본다.


방학때라 그런지 저녁도 아닌데 사람들이 많다.

엔피시에 말을 걸어 영원이의 사물함을 열어본다.


"............"


절반이상이 비어져있는 영원이의 사물함.


그리고 그 한쪽구석에

차곡차곡 놓여져있는 작은 가방들.


마우스를 움직여 가방에 갖다대본다.




<6칸가방 - 제작자: 은빛나래>

맨처음 내가 선물했던 가방이었다.




이미... 더 큰가방이 있어

아무런 필요가 없는 물건이었음에도

영원이는 소중하게 간직해두고 있었다.


"크흑.... 흑......."


아마도 내가 만들어 준것이라 차마 버릴 수 없었으리라.


참았던 눈물이 한도 끝도 없이 쏟아져 내린다.

쏟아내도 쏟아내도 폭포수처럼 설움이 북받친다.


더이상 참아낼 수가 없어서 컴퓨터 플러그를 잡아빼버렸다.


영원아.. 미안해...

네가 이렇게 아팠는지...

삼촌은 정말 하나도 모르고 있었구나.


"아아악!! "

침대 베개맡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질러본다.

이대로 울다보면 이 슬픔이 조금은 가실까.


"엉엉엉.... 영원아... 죽지마..... 제발....."

울어도 울어도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내가...

병실에서 훔쳐본 영원이의 패스워드였다.


'tkfrhtlvek'

[펌]나는 흑마다...(19) (by 영원의나라)

19. 영원의나라

이것은 이야기
아주 오래된 이야기.

하이잘의 어느 곳에서
사람들을
스쳐지나갔을지 모르는

어떤 두사람의
가슴아팠던 이야기.


==========================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려요."

"네...."


영원이와는 사뭇 다른 모습.

하얀블라우스에 회색 정장을 입은채로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사람은

영원이의 작은 언니였다.

.
.
.
.
.
.
.
영원이와 그렇게 전화통화가 끝난 이후로

나역시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그대로 앉아있었다.


아직도 귓가에 메아리치던 영원이의 비명소리.

그리고 수화기 저편으로 들리는

사람들의 소리.


그 아비규환의 소리속에서

나는 의사를 찾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곳은 분명 병원이었다.


.
.
.
.

모니터는 여전히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나의 흑마는 온통 회색인 세상속에서

가시덤블 북쪽 무덤가, 영혼의 치유사 앞에

언제까지나 그대로 서있었다.



"띠리리리~~"

전화기를 집어들고 누구인지 확인해본다.

아까 영원이가 걸었던 그 번호다.


"여보세요."

"............"


아까 영원이의 언니라고 말하던 그 목소리.

나는 잠시 아무말도 없이 그대로 있었다.



.
.
.
.
.
.
.

"연희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


눈매가 영원이와 많이 닮았다.


"많이 놀라셨었죠...."


내가 자리에 앉자 연희의 언니가 말을 건넨다


"말씀도중에 죄송합니다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께요. "


본래 말을 짜르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형식적인 인삿말보다

내 마음속에 영원이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컸다.


"연희.... 지금 어디에 있는거죠?"

"아......"


지금 내 머릿속엔 영원이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


"....괜찮은 건가요? 도대체 어떻게 된거죠?"

".........."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내게 나지막한 말투로, 하지만 너무도 또렷한

음성으로 이야기를 했다.


"연희가 많이 아파요...."

"........."

"벌써... 꽤 오래됐네요.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였으니..."

"........."

"그때부터 지금까지... 5~6년동안 병원신세를 졌죠..."


병이 있었구나. 그랬구나.


"어떤병이죠....?"


내가 처음으로 영원이를 보았을때

그 해맑은 모습과 눈부신 기억은

정말이지 아픈사람의 그것이 아니었었다.


"........."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연희...... 백혈병이에요."


======


제길.....

머리속이 멍해져 온다.


"집에서 항상 요양을 하면서... 밖에도 나가지 못했죠."

"........."

"녹즙, 상황버섯, 구운통마늘에 죽염, 그런것들이 연???의 식사였어요."


젠장...


"....림프구성 인가요, 아님 골수성인가요...."

"네??"


한참만에 나는 입을 열었다.


"벌써 5~6년이상됐다면 만성일테고..... 아마 골수성이겠군요."

"....어..... 어떻게?"


빌어먹을 운명.

더러운 하늘의 장난.


"....글리벡 투여한지는 오래됐나요..."

"아... 한 4~5년정도...."


운명의장난이라는 것이 정말 있는 것일까.

하늘의 무책임함에 또 한번 치를 떤다.


젠장...젠장...젠장!!!!!!



=========


흔히 알고있듯이 백혈병은 불치병이다.

그리고 연속극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고.

하지만...

그 병에 대해 자세히 알고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백혈병은 한가지가 아니다.

그 증세에 따라 급성이 있고 만성이 있다.

그리고 그 밑으로 림프구성과 골수성으로 나뉜다.

전부 치유가 어려운 병들이고, 그 모든것이 백혈병으로 불리운다.

피가 하얗게 되어 죽게된다는 병.


한마디로.. 백혈병은 그러한 난치병의 총칭이다.


"후......."


연희의 언니라는 사람과 헤어져 나오면서

담배를 하나 피워물었다.


더러운 운명의 장난.

오래전에 기억에서 지웠던 아픈기억이 있다.



.
.
.
.
.
.
"...어쩌면 좋니...."

".........?"


수화기를 내려놓던 어머니의 음성이

파르라니 떨린다.


"현진이가.... 백혈병이라는구나..."

".....마... 말도 안돼."


내가 대학 신입생시절,

나는 이모할머니를 백혈병으로 잃었다.

어머니께서 내내 할머니의 수발을 드시다가

만 1년여의 투병을 거치시고

끝내 어머니의 품안에서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모할머니ㅡ 외할머니의 동생ㅡ 이긴 하셨어도

워낙 우리어머니를 아껴주셨던 분이고

나를 친손자 만큼이나 아껴주셨기에

어린시절부터 내 기억속에는 그분의 기억이 항상 존재했었다.



항상 잔잔한 미소를 짓고 계셨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홀로 딸을 훌륭하게 성장시키셨으며

이모역시 그런 할머니 밑에서 아름답게 자라

어느새 시집을가고, 예쁜 딸쌍둥이까지 낳았던 터였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가 지병으로 가신지 채 1년이 되기전에

그 하나 남은 이모까지 백혈병에 걸린것이다.


"그게... 말이 되요? 할머니가 백혈병으로 가신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게나 말이다."

"백혈병이 그렇게나 흔한병이였어요? 정말... 믿을 수가 없어...."


어머니는 아무말없이 이모네댁으로 향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내 이모의 병수발을 들었고...

이모는 갓난쟁이 어린 쌍둥이 두 딸을 두고

병을 앓은지 반년이 채 되기전에 조용히 숨을 거뒀다.

.
.
.
.
.

"흑.... 현민아..... 이모가 오늘 하늘나라로 갔단다...."

"........"


젊으셨던 시절... 간호사일을 오래하셨던 관계로...

많은 분들의 임종을 지켰던 어머니셨지만

가까운 가족들의 죽음을 지켜본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리라.


"엄마... 괜찮아요. 현진이 이모는 좋은 곳으로 갔을꺼에요...."

"흑....."

"할머니도 먼저가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잘됀 일인지도 모르죠..."

"흐흑...."


내 눈가에도 이슬이 맺힌다.


"이모하고 할머니가 워낙 사이가 좋았잖아요. 할머니도 이젠 적적하지 않으시겠다..."

"흑흑....."


이모가 하늘나라로 떠나던 그날 낮에 이모가 그랬단다.

"언니.... 나 시원한 수박 한쪽이 너무 먹구 싶어...."


때는 아직 이른 늦겨울과 초봄사이.

시기상으로 제철수박이 나올때가 되지 않았다.


"수박은 아직 나올때가 안됐어. 백화점껀 비싸니까.. 좀만 참아..."


그리고 저녁을 차려놓고

이모에게 밥먹자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때 이모는 조용히 숨을 거둔 뒤였다.


"흑.... 그깟 수박한쪽이 뭐라고.... 백화점 지하에가면 항상있는게 수박인데...."


어머니는 내내 이모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걸 가슴아파 하셨다.


분명, 어머닌 다음날 이모댁에 갈때 수박을 사가시려 했을것이다.

내가 봐왔던 어머니는 항상 그러셨으니까.

입으로는 아니라고 말씀하시면서도... 평생 남을위해 헌신하며 살아오신분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모에게 마지막에 참으라고 말했던

그 말한마디가 그리도 한이 맺히셨나보다.


"...먹고싶다던 수박도 못먹였는데... 현진아.. 언니가 잘못했어....흑흑....."


이모의 관이 불속으로 들어가던.. 화장터에서... 어머니는 내내 그렇게 오열을 하셨다.


그때 바로 사러 나가셨다고 한들, 이모가 먹었을 수나 있었을까..

쌍둥이 어린애기 둘을 집안에 두고

멀리 떨어진 백화점까지 갔다올 수도 없는 상황이셨으면서도

그것이 가슴에 그리도 큰 상처로 남아있는 것일까.


그렇게..

나는 할머니와 이모, 그 둘을 1년만에 모두

백혈병이라는 악마에게 빼앗겼었다.


.
.
.
.
.
.

지나가던 길가 레코드샵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요즘은 샵이 많이 사라졌건만... 아직 신촌엔 그 흔적이 남아있다.


이사오 사사키의 오버 더 레인보우....

영원이의 핸드폰 벨소리.


"........제기랄...."


그동안 희미하게 지나쳤던 모든일들이

하나둘씩 오버랩되며 모든것이 뚜렷해진다.


영원의나라...

에버랜드...

오버 더 레인 보우....


유난히도 피부가 하얗던 아이.

조금만 뛰어도 숨이차서 힘들어 하던 아이.


연희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의 죽음을

홀로 힘겹게 버텨내 왔던 것이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저기 어딘가에, 무지개 너머에, 저 높은 곳에

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
자장가에 가끔 나오는 나라가 있다고 들었어

Somewhere, over the rainbow, skies are blue,
저기 어딘가에, 무지개 너머에, 하늘은 푸르고

And the dreams that you dare to dream really do come true.
네가 감히 꿈꿔왔던 일들이 정말 현실로 나타나는 나라.....


머릿속이 아득해진다...

모든 것이 지어낸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펌]나는 흑마다...(18) (by 영원의나라)

18. 나비효과

장난으로 던져진돌에
개구리는 죽는다.

무심코 집어던진
작은 돌맹이 하나가

때론,
누군가에게
지울수 없는 절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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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임을 종료시키자마자

타계정으로 접속하여 호드캐릭을 하나 만들었다.

예전에 같은 주민번호를 누군가 도용할지 모르니

3개의 계정을 미리 만들어두란 충고를 듣고

그대로 해두길 잘했던 것 같다.


급하게 결재를 하고 타우렌으로 접속을 했다.

멀고어 넓은 초원화면이 로딩을 한다.

재빨리 Esc버튼을 누른다.


한가하게 풍경을 감상할 시간따윈 없다.

지금 이시간에도 영원이는 괴로워하고 있으리라.


-/누구 XXX

급하게 키보드를 쳐봤다.

-XXX 도적 언데드 60 가시덤불골짜기


'있다.'


이제.. 그를 설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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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시죠?"

"아.. 저는 얼라흑마 은빛나래라고 합니다."


다짜고짜 귓말을 보내서

저랩사제니까 제발 죽이지 말아 달라고 하자

조금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참내"

"부탁드려요."


여기서 말리지 못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저랩사제에요. 죽이셔봤자 명예점수도 없잖아요...."

"........."

"부탁드립니다. 한번만 그냥 보내주세요...."


갑자기 잠시 아무말도 없던 언데도적이

흥분한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X, 그래서 얼라는 내가 저랩때 그렇게 학살을 했나?"

".......네?"


뭔가 심상찮은 말투다.


"랩 갓20 넘었을때부터.. 내가 샤쇼에서 죽은 횟수가 몇번인지 아슈?"

"........."


불안하다.

쉽게 영원이를 보내줄 것 같지가 않다.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릴께요."

"썅, 내가 지금 당신 사과받자고 이러는 줄 알아!!!"


갑자기 분위기는 더 험악해져버렸다.


"하루에 무덤에서 50번씩 뛰었어. 씨X, 만랩씩이나 쳐먹은 X끼들이 매일 깽판치는 바람에..."

"........"

"30분동안 양변당하면서 다구리 맞아본 적 있어? 엉?"

"........"


갑자기 반말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어떤 개X끼들은 장비다벗고 맨주먹으로 때리는데... 그때 비참한 심정 니까짓게 알아!!"

"우린 타렌밀 퀘는 다 포기해야돼. 시X, 왜냐면 너같은 개X끼들, 바로 얼라때문에!!!"

"개X끼들.... 얼라는 다 죽어야돼!!"


군을 제대한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제대 이후로 내 앞에서

이런 욕설을 내뱉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들어간다.

하지만 모니터에는 정 반대의 글이 올라가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드릴말씀이 없어요."

"아썅!! 넌 죄송합니다 소리밖에 모르냐? 시X새꺄!!"

"........."


젠장...


"내가 가덤에 처음왔을때도... 샤쇼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어."

"........."

"한달을 내내 무덤에서 뛰기만했어. 썅!!"

"........."


잠시 사이가 흐른다.

영원이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너, 얼라캐 이름이 뭐라구?"

"...은빛나래."

"기지배냐?"

".........."


참는것도 한도가 있다.

주먹에 점점 힘이들어간다.


"킥. 휴먼오타쿠 새끼구먼. ㅋ"

".....그만하시죠."


점점 말이 더 험해진다.


"그만하긴 뭘 그만해. 쟤가 니 깔이냐? 응??"

"........"

"오.... 깔따구 맞는 모양이지?"


갑자기 속에서 욕지기가 올라온다.

개자식....


"내가 오늘은 특별히 더 잔인하게 밟아주지. 킥킥.."


계속되는 욕설을 더 이상 들을 이유가 없다.

바로 로그아웃을 하고 본캐로 접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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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하자 마자 맵버???을 눌러

영원이의 현위치를 파악해봤다.


아까.. 내가 접종을 했을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움직일 수가 없어효....ㅠㅠ


이젠 참을만큼 참았다.

영원이의 부탁이라 이자리에 있었지만

더 이상 기다린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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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항에서 뛰어나가며 영원이의 상태를 본다.

아직 무덤을 가지는 않은상태.

놈은 지금 영원이를 묶어놓기 위해서

무한 기절을 시키면서 놀리고 있는 모양이다.


도적을 키워본적이 없어서

어떤기술로 어떻게 메즈를 시키고 있는지모르겠지만

아마도.. 스턴기가 맞겠지.


'치사한 녀석....'


마음이 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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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항입구의 작은 동굴을 벗어나자마자

공포마를 소환했다.

영원이와 같이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거의 불러본적이 없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갈기를 보니

내 마음도 같이 흥분이 됀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얘가 나 못움직이게 하고 막 이상한짓 해효..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막 침흘리고... 킬킬거리고.... 입맛다시고...


개X식.... 그게 만랩이 할 짓이냐.

속에서 울분이 치솟는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얼굴도 가까이 대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너무 무서워효....ㅜㅜ


뛰어가는 내 마음은 조급했다.

하지만... 가시덤블은 너무도 넓었다.


==========


영원이가 시체상태로 변했다.

실컷 가지고 놀다가 죽인 모양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영원이가 무덤에서 뛰어오기 전까지..

반드시 놈을 끝장낼 것이다.


잠시만 참으렴... 삼촌 거의 다 왔어.

.
.
.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악!! 삼춘!!!


갑자기 외마디 비명이 이어진다.

그리고 채팅창에 메세지가 뜬다.

ㅡ영원의나라가 접속을 종료하였습니다.


"..........!!!"


시체상태이던 영원이가

갑작스럽게 접종을 했다.

무슨일일까. 왜?



"띠리리~~ 띠리리리~"

멍할새도 없이 핸드폰이 울린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번호를 본다.


'010-XXX-XXXX'


처음보는 번호다.


전화기를 막 집어던지려는 찰나,

뒷자리 번호가 영원이의 핸드폰과 같다는 생각이 났다.


"연희야!! 무슨일이야!!"

"사..... 삼춘......"


수화기너머 멀리서

영원이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나.... 너무 무서워요.... "


얼마만에 듣는 목소리인가...

내가 얼마나 그리워하던 음성이던가...


"괜찮아... 이제 삼춘이 있잖아. 괜찮아."

"나...... 너무 무서워서......"


얼마나 놀랬는지 말을 채 있지 못한다.


"나 누워서.... 암짓도 못하고 누워서 멍하니 있는데....."

"응... 그랬구나.. 잘했어..."


조금만... 조금만 빨리 도착했다면...


"그런데... 갑자기 그 괴물이... 내 시체를 막 난도질 했어요...."

"....!!!!!"


놈이 언데드였다는게

생각이 났다.

시체먹기가 있었구나..


"그러더니.... 나를 막 먹어...."

"여.. 연희야."

"내 시체를.... 막 뜯어먹어요...."

"............."


추한 용모의 호드지만 좋은점이 하나있다.

자신의 시체가 난도질 당하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흐....흑흑.... 삼춘...... 내가.... 죽었어...."

"그냥 게임일 뿐이야. 괜찮아."


뭐라 달래줄 말이 없었다.


나역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시체먹기에 당했을때

그 가슴떨림은 얼마나 컸었던가.


"나... 죽기싫어요 삼춘... 나 죽기 싫어....."

"연희야...."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 처절함을...



"아아아아아아악~~~~~~~~~~"

"연희야!!!"


갑자기 외마디 비명소리가 난다.

그리고 누군가가 수화기를 뺏는다.


"저 연희 언닌데요,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께요"

"딸깍!!"


.
.
.
.
.

이미 내 모니터는 회색으로 변해있었고

나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낯선이에게서 귓속말이 날아온다.


"억울하면 캐삭빵 신청해라. 언제든지 받아줄테니.ㅋㅋㅋ"

"억울하면 캐삭빵 신청해라. 언제든지 받아줄테니.ㅋㅋㅋ"

"억울하면 캐삭빵 신청해라. 언제든지 받아줄테니.ㅋㅋㅋ"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멍하니 있었다.

분노도 미움도 없었다.

오로지 영원이에 대한 걱정뿐..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갔다.

나만 여기에 남겨둔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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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글을 남기기란 쉽지가 않네요.
연초라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터지는 것도 한몫하구요..
며칠동안 늦게들어가다 보니
집에서도 글 몇자 적을 시간조차 부족하네요;;;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말씀드립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인용되는 인물과 이름은 모두 허구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펌]나는 흑마다...(17) (by 영원의나라)


17. 시련 Ⅱ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속에서
당신과 마주칠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내 삶은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내 삶에 있어서
가장 놀라운 기적은
당신을 만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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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의 소식이 끊겼던 5월 이후로

매번 가위에 눌린채로 잠을 깨었고

나는 내내 밤잠을 설쳐야했다.


마치 심장이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그렇게 마구 방방이질쳐서

한번 깬 잠은 더이상 오질 않았다.


"후........"


시계를 본다.

새벽 두시...

억지로 눈을 붙인지 겨우 한 시간 남짓,


담배가 부쩍 늘었다.

한숨이 크게 늘었다.

그래도 가슴 한구석의 빈자리는 채워지지가 않는다.


더이상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잠시 옷을 챙겨입고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복도 창문을 열고 담배연기를 내뿜는다.

내 마음속의 답답함도

이 연기와 함께 흩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름이라곤 하나 여전히 차가운 새벽공기사이로

나의 시름도 함께 흩어진다.


하지만,

내뱉고 또 내뱉어도

가슴속의 응어리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언제쯤이면

나는 다시 꿈을 꾸며 잠이 들 수 있을까....


=======


다시 내방으로 들어와 본다.

밤새 켜져있는 모니터 불빛때문에

방 한켠이 환하다.


이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어제 이후로 컴을 종료 할 수가 없었다.


무법항 은행, 바로 그 앞에서

어제 영원이에게 귓속말을 받았던 그곳에서

그대로 한발자욱도 움직이지 않은채

나의 흑마는 서있었다.



이렇게 망부석처럼 있다가

그대로 돌이 되어 굳어도 좋다.


내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아니, 설령 모른다 하더라도

행여 하늘이라도 감동하여

내게 단 한번의 기회라도 준다면...

나는 언제까지나 이자리에 있을 것이다.


스스로 의미를 가져야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너무도 비참했기에.


=====


또 하루가 지났다.


나 역시 컴앞에 앉은채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하염없이 멍하게만 있었다.


밥도 먹을 수 없었고

물도 마실 수가 없었다.


오로지 섭취하는 것이라곤

담배연기뿐...


지금이 휴가 기간이란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못했다면 아마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고작 화요일.

아직도 휴가는 닷새가 남아있다.


.
.
.
.
.

나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었나보다.

이틀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데다가

수면이 너무 부족했으니

당연한 결과 일지도 모르겠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본다.

'오후 3시라...'



눈앞이 뿌옇다.

그래도 습관처럼 모니터를 본다.

이러고 있으면 언젠간 영원이가

금새 '삼촌~!!' 하며 나타날 것만 같다.


"..........!!"


나는 어느순간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모니터 채팅창위에

거짓말처럼 영원이의 귓속말이 보였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ㅁ;

나는 마우스를 잡았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맞죠??!! 우리 은빛삼춘 맞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추운!!! ;ㅁ;ㅁ;ㅁ;ㅁ;;ㅁ;;ㅁ;ㅁ;ㅁ;;ㅁ;


.....

왔구나...

정말 와 주었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어디에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회사는 왜 안나간거구....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왜 아무말도 안해요 삼춘!!! ;ㅁ;ㅁ;ㅁ;


목구멍까지 올라온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나는 3일만에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힘들게 한자한자 써내려갔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우리 영원이.... 왔구나.


잠시...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나는 그대로 있었다.



=======



만약 이게 꿈이라면

나는 신을 저주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지금 모니터의 건너편엔 영원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촌이 너무 늦게 왔지... 미안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ㅠㅠ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아... 또 영원이라고 불렀네.;; 우리 연희 화났겠다...ㅎㅎ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촌 머릿속 지우개는 여전한가봐.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ㅁ;ㅁ;ㅁ;ㅁ;ㅁ;ㅁ;ㅁ;



하고싶고, 묻고싶은 이야기가

너무도 많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이렇게 나타나 준 것만으로도

너무도 고맙고 감사했기에.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나 어디게효? >ㅅ<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응....?


아... 영원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야할 내가

여전히 무법항 은행앞에 있다니

이렇게 멍청 할 수가......


급하게 친구목록을 열어본다.

'영원의나라 - 그늘숲'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헉... 그늘숲?


나와 영원이의 귀환장소는 아이언포지 여관이다.

그런데...

그동안 접속도 못했던 아이가... 그늘숲이라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지금 삼춘한테 가고있어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엇그제 삼춘 기다리다가 가시덤불 골짜기가 어딘지 몰라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래서 찾아가지두 못한게 너무 후회되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지금 열심히 뛰고 있어효. ;ㅂ;)/



맙소사...


아직 말도 타지 못하는 아이가

아이언 포지에서 이곳까지....


나를 만난 이후론 한번도 혼자 다녀본 적이 없는

겁많던 녀석이..

멀고먼 동부왕국의 최남단까지...


영원이는 그렇게 나를 찾아서 뛰고 있었다.



=================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그러지말구, 삼춘 귀환할께. 아포에서 보자.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ㅂ;)a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나 그냥 이렇게 삼춘한테 뛰어가면 안되효? ;ㅂ;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


영원이의 말이 이어진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동안 언제나 삼춘이 날 델러 여관으로 왔었지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오늘은 내가 삼춘 마중가면 안되효.....? ;ㅂ;)a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도 너무너무 빨리 삼춘 보고 싶지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있는데까지 뛰어가서 만나고 싶어효. 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허락.... 해줄꺼죠? ;ㅂ;)/


너란 아이는 정말...

날 얼마만큼 더 울리려고 그러니.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내가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알구!!!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헤... 삼춘이 파티해주면 위치 나오잖아효. ;ㅂ;


더이상 이아이를 말려서 무엇하겠는가.

파티에 초대하여 위치를 보니.. 어느새 가시덤불이다.

아마도 그늘숲까지는 그리핀을 타고 온 모양이다.

임시주둔지를 막 벗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몹들 조심히 피해서 길만 따라서 쭉 내려와.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알았어효!! >ㅅ<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길 벗어나면.... 랩 높은 몹들이 우글거리니... 조심해!! ;ㅁ;



왠지 걱정이 된다.

이곳은 몹들랩이 워낙 높아서 애드가 되면

아무리 사제라도 금새 누워버릴텐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헉!!! ;ㅁ;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왜그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표범한테 누웠어효...ㅠㅠ


어느새 회색으로 나타나는 영원이의 모습.

아직 네싱워리 근처도 채 못???기에

이렇게 하다간 평생가도 항구까지 못올것만 같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저기..... 연희야.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네!! 'ㅁ')/


조금... 망설이다가 이야기를 꺼내본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춘이.... 조금만 마중나가면 안될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_-)+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그냥.... 조금만 나가서 마법으로 샤샤샥 하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안돼욧!! ;ㅁ;ㅁ;ㅁ;ㅁ;


영원이의 말이 이어져간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없이두 내가 혼자서 잘 갈 수 있다는 거 보여줄래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리구... 항상 나한테 삼춘이 뛰어왔잖아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한번쯤은 나도 찾아가구 싶었어요.


하지만...

네가 그렇게 눕게되면... 난 가슴이 너무 아픈데 어떡하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은 그거 모르죠?? 'ㅁ')/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어떤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이렇게 누웠을때.... 시체찾으러 갈 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바로 그자리에서 부활하지 않구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저 만큼... 멀리 가서 부활하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계속 조금씩 더 앞으로 갈 수 있어효!! 'ㅁ')/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몹들이 아무리 쎄두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가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언젠가는 삼춘한테 갈 수 있어효!! >ㅅ<


시체끌기를 알아내고서

마치 대단한 것이라도 발견한듯 의기양양해 하는 녀석.

그렇게 계속 죽으면 부활딜은 어쩌려고 그러니...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아.... 삼춘은 그거 몰랐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헤헤... 그러니까 삼춘은 거기서 한발짝두 움직이지마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내가 금방 달려가서 뽀뽀해 줄께효. ;ㅂ;ㅂ;ㅂ;ㅂ;ㅂ;ㅂ;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이자리에서 3일을 기다렸는데

고작 30분을 더 못기다리겠니.


삼촌 여기있을께.

이자리에 꼭 있을께.

어서 오렴...

네가 올때까지 삼촌도 이곳에서 움직이지 않을께.


=========


얼마간을 계속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하던 영원이가

이상한 메세지를 내게 보낸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이상한 괴물이 자꾸 쫓아오면서 죽여효.ㅠㅠ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


뭔가 예감이 이상하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긴건 몹같은데 생겼는데... 꼭 사람같아효.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 이번엔 막 날 못움직이게 하고 계속 웃어효..ㅠㅠ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이름도 이상해. 꼭 사람이름 같아...



맙소사....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지로 가라 앉힌채

영원이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빨간글씨로 뭐라고 써있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혈투사 XXX'라고 써있어요. 길드란것도 있구요. 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 또 죽었다...ㅠㅠ



호드였다.

나는 왜 이곳이 가시덤블인 것을 잊고 있었을까.

서로 보이면 죽이고 죽는, 악명높은 가덤이란 것을


며칠전에도 공대로 필드쟁을 했었던 이곳을..

왜 생각지 못했을까.


======


영원이는 아직 호드를 만난적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썹이 무엇인지도

호드가 무엇하는 존재인지 조차 모른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우리앞에 펼쳐진 현실이었다.


나는 무엇인가 해야만 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연희야, 삼촌말 잘 들어. 삼춘 금방 재접할테니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절대 로그아웃하면 안돼?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왜효....ㅠㅠ


잠시면 될꺼야.

금방 모든것이 잘 해결 될거야.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길게 이야기 할 시간은 없구.. 어쨋거나 금방 다시 올께.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ㅅ;



그때.... 내게 있어서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방법이

돌이킬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올 줄 알았다면

나는 결코 그런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엄청난 잘못을 저질러버리고 말았다.....

[펌]나는 흑마다...(16) (by 영원의나라)

16. 시련

내가 원하는 소원 하나는
그대와 함께 걷는 것

내가 원하는 소원 또 하나는
그대와 함께 차를 마시는 것

내가 원하는 마지막 소원하나는
그대의 손을 잡고 온기를 느끼고 싶은 것

하지만
오직 하나만 바랄수 있다면

나 없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부디 그대가
내내 행복하기를...


==========================


O 버튼을 눌러

영원이의 접속상태를 확인해 보았지만

이미 오프라인이다.


석달을 하루 같이 기다렸건만

고작 한시간정도의 기다림이 부족해

나는 영원이를 볼 수 없었다.


'바보.... 바보..... 바보......'


아무짓도 하지 못했던 내 자신이 너무도 싫다.


다시한번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정말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흐르는 물을 주워담을 수 없는 아픔이

이리도 큰 것이었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
.
.
.
채팅창을 클릭하고 마우스를 움직여 본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먼데 갔나보네 ㅠ_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빨리오세효. 보고싶어효.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올때까지 이러구 있어야지. 헤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우와!! 그동안 안왔더니 파란색 칸이 대게 많아졌어효!!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쫌만 하면 영원이두 금방 삼춘만큼 크겠다. ㅎ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쳇쳇... 이만큼 떠들었으면 올때도 됐는데!! ;ㅁ;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그 잠시를 참지 못하고 이렇게 너를 힘들게 했구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흥!!! 그런다고 내가 좌절할 줄 알아욧!?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이럴때 쓰는 비장의 비법!!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짜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고냥이 불러냈지효!! ㅎㅎ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이구~~ 우리 현이 잘 이써쪄?? ;ㅁ;


자기 멋대로 내 이름중에 한자를 따서

샴고양이 이름을 붙여놓고

자기도 소환수가 있다고 박박 우기던 영원이.


'삼춘!! 얘도 계속 랩업 시키면 이담엔 삼춘 소환수처럼 커져서 같이 싸워요? 'ㅁ')/'

'................-_-;'


애완동물과 소환수의 차이도 몰랐던 녀석.


'영원아, 네가 무슨 냥꾼이니? -_-'

'.....;ㅂ;)a'


이런날이 올줄 알았다면

그때 그렇게 타박하지 않을 것을 그랬나보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현아~~ 엄마 보고 싶었찌~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엄마도 우리 현이 너무보고 싶었어~ ;ㅁ;


시집도 아직 안간 녀석이다.

그래도 꼬박꼬박 현이 엄마가 자기라고 우겨댄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엄마가 그동안 못 놀아줘서 미안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많이 놀아주고 싶었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정말 항상 잊지 않구 생각했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럴수가 없었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미안해효. 우리 현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엄마가 정말 잘못했어...ㅜㅜ


이상하게 현이란 말이 내 귓가에서 방망이질 친다.

나를 두고 하는 말일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래도.... 엄마 너무 미워하지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보러오지 못하는 마음은 더 아픈거란다..ㅠㅠ


갑자기 안구에 습기가 찬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이제 가야될 시간이에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오늘 삼춘 쉬는 날이라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꼭 볼 수 있을줄 알았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난 정말 운이 없는 아이인가 봐요. 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미안해효, 삼춘..


가지마, 제발.

이렇게 날 두고 멀리 가지 말아줘. 부탁할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 맞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진짜 중요한 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일 축하합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일 축하합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사랑하는 우리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일 축하합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와~~~ 짝짝짝짝짝짝!!!! 유후~~!!! >ㅂ< //


.......

기억하고 있었구나.

정말... 날 보러오지 못하면서도 잊지 않고 있었구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앞에서 춤추면서 불러주려구했는데.ㅠ0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칫칫!! 이건 다 삼춘 책임이에효!! -_-)+


정말 미안해.... 정말.

이말밖에 할 수 없어서 너무 미안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진짜 가효...ㅠ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안녕.............


가지마... 부탁할께. 제발...


"'영원의나라'님이 접속을 종료하셨습니다."


.
.
.
.
.
언제나처럼 시간은

눈을 감았??? 뜨는 순간에

지나가 버린다.


내가 놓쳐버린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영원이는 그렇게 내게 잊지못할 생일 선물만을 남겨둔 채

쓸쓸한 흔적만을 남기고 떠나가버렸다.


내 손에 사진위로

눈물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고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


죄송합니다...

몸이 너무 않좋고

회사일이 갑자기 터져서 자정에야 겨우 집에 들어왔네요. ㅠㅠ


원래 길었어야 할 내용이라

후반부의 프롤로그 부분만 먼저 올립니다.


제가 진짜 해야할 이야기는

내일 이시간에 추가로 올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ㅜㅜ

[펌]나는 흑마다...(15) (by 영원의나라)

15. 바램

기쁠때나
혹은 슬플때에도
언제나 함께 할 수 있기를.

행여,
이런 내 작은 욕심마저
허락되지 않아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되더라도

같은 하늘 어느 아래선가 내내 행복하기를.

부디 잘 있다는 안부라도
바람결에 전해 들을 수 있게 되기를...


==========================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중입니다....."

"후......"


벌써 일주일째.


언제나처럼 먼저와서 나의 퇴근을 기다려주던 영원이는

어느순간부터 나타나질 않았고

문자를 보내도 소식이 없어 걸어본 핸드폰은

언제나 자동응답목소리만이 내 귓가에 맴돌뿐이었다.


'어디 있는거니....'


오로지 아는 것이라고는 영원이의 핸드폰 번호뿐.

정확한 집의 위치도, 집 전화번호도

나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마치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영원이는 더이상 어느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보고싶다...'


내 손에 쥐어진 작은 사진 하나.

영원이는 그 작은 사진속에서 눈을 찔끔 감은채

파르르르 떨고있다.


"이럴줄 알았다면.... 사진이나 많이 찍어둘 것을."


지난번 에버랜드에 놀러갔을때

영원이 몰래 인화해서 가지고 있었던

후룸라이드 순간포착 즉석사진...


그것이 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영원이의 사진이었다.

이 마저도 없었다면 아마 나는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사진을 가지고 싶어서

짖궂게 장난을 쳤던 나의 모습을...


그랬던 내모습. 너도.... 기억하고 있니...


================


회사에 가서도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내내 멍한 눈으로 모니터를 들여다 보다가

퇴근시간이 되면 만원지하철에 밀려 집으로 온다.


텅빈 내집 문을 열고 가만히 컴퓨터 본체에 전원을 넣고

와우를 실행시킨다.

언제나처럼 아포여관 한구석에 나의 캐릭이 드러난다.


'후.... 오늘은 또 어디로 가볼까.'


나의 일과는 오로지 말을타고 동부왕국과 칼림도어를

뛰어다니는 것이다.

이렇게 다니다 보면 마치 어느대륙 어느 한 귀퉁이에서

영원이가 나를 기다리며 있을것만 같았다.


그럴 수가 없는데도 말이다.


불모의땅... 타우라조야영지...

심지어 멀고어까지.

호드들에게 짖밟혀서 진행이 어려울땐 시체끌기로 다니면서도

나의 여행은 계속 이어지곤 했다.

이렇게 다니다보면.. 언젠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오프라인으로만 존재하는 사람을 찾는 나의 방황은 계속되었고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


영원이와 연락이 끊긴지가

벌써 두달이 넘어 석달이 되어간다.

창문밖으로 매미소리가 끊이지가 않는다.

유난히도 덥던 7월이 가고 벌써 8월이 다가왔다.


아직도 여전히 영원이의 핸드폰은 꺼져있는 상태였고

나는 습관처럼 한번씩 전화를 걸곤 했다.


"연희야... 보고싶다...."


행여, 내 메세지를 들을 수만 있다면...

제발 그럴수만 있다면...

잘 있다는 응답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따금 접하는 9시 뉴스등의 사건사고 소식을 접할때마다

설마, 아니겠지 하고 지워버리긴 했어도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한 마음을 차마 떨쳐버릴 순 없었다.


제발. 아무일도 없기를.


==============


어느새 여름휴가가 찾아왔다.

8월 첫째주에 가는것이 보통이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때문에 다른 팀원들에 밀려 두째주에 가게 된 것이다.


'어차피.... 할 일도 없는 걸.'


이제 나에게 아무의미가 없는 와우였지만

그래도 습관처럼 접속을 한다.

아마도 휴가기간 내내 이렇게 지낼 것 같다.


영원이와 처음 만났던 엘윈숲으로 가보았다.

잠시 앉아서 기다리면 꼭 영원이가 다시 올 것만 같다.

물빵을 먹으며 기다려 본다.

혹시라도 접속하면 이곳으로 올지도 모른다.


=============


"저기... 님."

".........?"


아까부터 날 물끄러미 바라다 보고있던 나엘 만랩사제가

나에게 말을 건넨다.


"죄송한데요.... 생석 하나만 얻을 수 있을까요?"

"네......."


나의흑마는 특유의 모션과 함께 최상급생석을 하나 만들어

사제에게 건넨다.


예전에... 영원이도 생석때문에 고생좀 했었지.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쓴웃음이 난다.


"그런데...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누굴 좀 기다려요. ㅎ"

"아..... 혹시 가덤가셔서 호드랑 쟁하실 생각 없으세요?"

"별로요. "


뭔가 한마디 더하려는 듯 하더니

이내 포기한 듯

사제는 작별인사를 하고는 뒤돌아서 사라진다.


...마음한구석이 왠지 개운하지 않다.

뒤돌아서 뛰는 모습이 어딘가 영원이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인벤을 열어 영혼조각 갯수를 세어본다.


'하나, 둘...... 서른 넷.'


이 정도면 어느정도 밥값은 할 것도 같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 사제에게 귓말을 넣는다.


"저기... 팟초해 주세요. 잠시만 하다 갈께요."


단지 사제라는 이유만으로 영원이와 닮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지나친 비약일까.


=====================


어느새 인벤 가득했던 영혼조각이 다 떨어져갔고

나는 정비를 위해 무법항 은행창고에 캐릭을 이끌고 갔다.


얼라이언스 한개 공대에게 밀려

그롬골 주둔지밖으로는 나오지 못하던 호드들이

어느새 하나둘 모여 4~5개 팟 규모정도가 되더니

그리고 그 적은 인원으로도 더 많은수의 얼라와 맞서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난전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역시.... 호드란......'


끈질긴 도전과 끈끈한 뭉침.

그것만으로도 호드는 충분히 강했다.

'호드는 근성이다!'

누가 맨 처음 했던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틀린말은 아닌듯 하다.


은행에 넣어두었던 일치와 일마를 열개씩 챙긴다.

채찍뿌리와 용숨결도 세묶음씩은 챙겨야 할 듯하다.


"후........."


그래도 영혼조각이 없는 흑마는 앙꼬없는 찐빵이다.

임프만 데리고 쟁을할 것을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다 쓰지말고 조금만 남겨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


"현민이니?"

"아... 석호구나."


갑자기 울린 전화벨소리.

핸드폰 수화기 너머로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은행앞에 캐릭을 세워둔 채로

나는 담뱃갑과 라이타를 챙긴채로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행여 튕기지 않도록 와우에는 매크로를 걸어놓았다.

한참 전투중에 주문석이나 화염석, 물빵등이 없어져버리면 곤란하다.


"뭐하냐? 이런 좋은 일요일에."

"왜..... 짜파게티라도 끓여주게? ㅎ"


나의 썰렁한 농담에 친구는 잠시 말을 잊는다.


"아휴... 어떻게 넌 고등학교때랑 지금이랑 변한게 없냐.ㅋㅋ"

"그러는 너는.ㅎㅎ"


잠시 이런저런 안부와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오래된 친구란, 그 목소리만으로도 편안함을 준다.


친구가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나와라. 술이나 한잔 하자."

"..............응? ;;"


내가 가만히 시침을 떼자, 곧바로 목소리가 높아지는 녀석이다.


"임마, 네 생일인거 내가 모를줄 알아? 빨랑 나와."

"................"


그랬다.

오늘은 내 생일.

한여름 퇴약볕아래 내가 세상밖으로 처음 나온 날이다.


"너 올해도 그냥 보낼래? 내가 애들 다 불러놨으니까... 후딱나와."

"..............됐다. 그냥 한걸로 치자."


누굴 만나고 싶은 기분도 아니다.

그냥... 이렇게 가만히 있고 싶을 뿐이다.


==============


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나온김에 집근처 김밥천국으로 가서 간단한 요기를 했다.

김밥 두줄에 라면 하나.

생일날 먹는 식사로는 볼품없지만

이거면 족하다.

그다지 축하받고 싶지도 않은 날이다.


=========


집으로 들어와보니

모니터는 어느새 절전모드로 돌아가 있다.

마우스를 움직여 모니터 전원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해 본다.

다행이 튕기지는 않은 상태.

물빵이며 주문석, 화염석등이 사라지지 않은것을 생각하니 안심이 된다.


"........응?"


여러페이지로 나눠놓은 채팅창중에 귓말페이지가 깜빡깜빡거린다.

아포에 있을경우에 정신없이 올라가는 여러 글씨들로

놓치고 지나가는 일이 없도록

나는 채팅창 필터를 일반/파티말/귓속말

이렇게 세가지로 구분해 놓았다.

나중에 길드가 생기게 되면 길드말도 구분지어야 하리라.


"헉........!!"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ㅂ<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왔어효!!! ㅎㅎ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삼춘 나와라 오바~!!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쳇쳇!! 계속 자리비움이네!!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추우우우운!!! 어디가써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바보~~ 멍충이~~ ;ㅁ;ㅁ;ㅁ;ㅁ;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사아암추우우우~~~~~~운!!!



그랬다.

그렇게 찾아헤매도 없던 영원이가...

그토록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던 영원이가...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에 로그인을 한 것이었다.


나는 할 말을 잊은채 멍하니 있었다.

창밖으로 매미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던

한 여름, 나의 생일 오후에 있었던 일이었다.

[펌]나는 흑마다...(14) (by 영원의나라)

14. 별Ⅱ

ㅡ 그리워 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因緣, -피천득

==========================


"삼춘!! 삼춘은 싫어하는게 모에요?"

"응? -_-)a"


뜬금없이 아라시고원 랩터고기(?)들 사이에서

엠탐을 하고 있는 나에게 질문이 날아온다.

이녀석... 요사이 부쩍 내 사생활에 대해

묻는게 많아졌다. -_-


"음.... 익힌 당근."

"에...? ;ㅂ;)a"


사실이다.

날 당근은 그럭저럭 먹을만 한데

카레라이스에 들어있는 당근은 이상하게 먹을 수가 없다.

한입 베어물면 '물컹'한 그 느낌... 아우, 싫어 ㅠㅠ


음식 골라낸다고 어렸을때 부터 부모님한테 혼도 많이 났지만

서른이 넘은 이나이에도 아직 싫은건 싫은거다.


"특히.... 카레라이스에 큼지막한 당근은 정말 싫어. -_-"

"푸하하!! 무슨 어른이 그래욧!! ;ㅂ;"

.
..
....
.......상처 받았어. 삐뚫어질테야. 흑 ㅠㅠ


지나가는 포즈루크가 보인다.

아라시고원 필드 네임드. 공주 다음가는 아라시고원 필드 최강몹.


괜히 심통이나서 지옥돌맹이를 불러내 머리위에 던져버렸다. -_-;;

그위로 불의비를 날리고 도트3종세트에

제물,점화,연소까지 날려버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포즈루크는 허물어졌다.


미안하다....

그러길래 이 타이밍에 내 근처를 지나가지 말았어야지. -_-


"그럼 넌 뭐가 싫은데??"

"쑥이요. ㅠㅅㅠ"

"엥....?"

"난 쑥이 정말 싫어요. 세상에서 젤루 싫어..ㅠㅠ"


전혀 엉뚱한 답변이 나온다.

쑥...? 얘가 혹시 전생에 곰이었나?


"혹시..... 영원이, 너네집 쑥 농사짓니? -_-)a"

".........-_-)+"


당연히 농담이다.

부모님은 사업을 하고 계시고,

집도 서울 강남의 한복판.

나름대로 꽤 유복한 집안의 세째딸.


"삼춘!!! 지금 나 뭐라고 불렀어효...? -_-)+"


헉..... 이런,

내 농담이 썰렁해서 쳐다본게 아니었구나;

아직 '연희'라는 이름보다는 '영원'이라는 이름에 익숙해서

또 실수를 한 모양이다.


....슬그머니 귓속말로 메세지를 보낸다.


"미안해.... 삼촌 머릿속에도 지우개가 있나봐... ;ㅁ;)/"

"ㅋㅋㅋㅋ"


맨처음 인던을 돌때 영원이가 했었던 말.


우리는 그 때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말투도 조금씩 닮아가고 있었다.


.
.
.
.
.
저녁 열시.

에버랜드의 영업 종료시간이 다가오자

출구쪽으로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선다.

마치 세렌게티초원의 얼룩말떼 같다.


"띠리~~ 띠리리리~~"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멜로디.

영원이의 휴대폰이 울리는 것 같다.


"어... 삼춘, 잠깐만요."

"그래. ^^ "


잠시 고개를 돌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영원이.

"응, 엄마. 나. ㅎㅎ"


부모님인가보다.

영원이가 편하게 통화할 수 있게 길 한편으로 비켜서서

담배한대를 물고

근처 공공재떨이 쪽으로 향했다.


무언가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아마도... 내 이야기겠지.

아놔. 쑥쓰러워라. *-_-*


그나저나 영원이의 휴대폰 벨소리,

분명 어디서 많이 듣던건데... 뭐더라;;;


"맞다.ㅋ"


오버 더 레인보우.

예전에 오즈의마법사에서 주인공 도로시가 불렀던 노래.

감미로운 음악때문에 여전히

많은 영화나 드라마, CF등에서 많이 쓰이는 음악.


흠.... 나는 '문리버'가 더 듣기 좋던데.


=========


"삼춘~~ 오래 기둘렸어효? ;ㅂ;"


어느새 통화를 끝내고 내곁으로와 팔짱을 끼는 영원이.

아... 흐뭇해라. ㅎ


"엄마? "

"응. ㅎㅎ"


다시 우리는 인파속으로 합류해서 출구쪽으로 향했다.


"근데... 삼춘. ㅠㅠ"

"응"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영원이가 말을 꺼낸다.


"엄마랑 아빠랑 나 델러 여기 오셨대효.ㅠㅅㅠ"

"응.....?"


이건 또 뭔소리지?


"음.... 그게.... 언니랑 이 근처 지나가다가 나 태우고 가려고 일부러 들리셨대효.ㅠㅠ"

"아....."


지금은 벌써 열시.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가기엔 많이 늦은 시간이란 걸 미쳐 생각 못했다.


"잘됐네. 안그래도 조금 걱정했는데. ㅎ"


솔직히 영원이를 집에 바래다 주질 못해서 아쉬움이 정말 컸지만

틀린말은 아니었다.

지금의 회사에 재입사 하기 전,

나는 그동안 모았던 모든 저축을 소진한 것은 물론

가지고 있던 나의 애마까지 정리를 해야만 했었다.


그리고 지금 옮긴 회사는 바로 지하철역 인근이라

차를 새로 구입해야할 필요성이 전혀 없었고

사실 그정도 자금의 여유도 부족한 나의 형편.

우리회사는 주차비만도 한달 30만원이 넘는다.


"삼춘이 태워다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했는데... 정말 잘 됐네."

".........ㅠㅠ"


하지만.... 오늘같은 날은

정말이지 차가 없음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


우리는 출구쪽으로 나와서

영원이의 부모님이 차를 세워두신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늦은시간이라 에버랜드 정문 주차장은 여기저기 텅텅 비어있는 상태.


저 멀리, 비어있는 주차장 한편에 라이트를 켜고 있는 차가 한대 보였다.

"아... 저거다."


같이 가서 인사를 하기엔 솔직히 민망한 상황.

나이를 묻거나 하면 난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질 것이다.


"저기.... 영원아. "

"응, 삼춘"

"미안한데.... 삼춘은 여기서 갈께. ^^; "

"에.....? ;ㅂ;)a"


미안.....


"헤헤.... 왠지 쑥쓰러워서. ㅎ"

"......왜요.....ㅠㅠ"


집도 같은 서울방향.

인사를 하면 같이 타고가자고 하실지도 모르는데

그럴 경우의 민망함이 더 걱정이 된다.


"부모님이랑 같이 가니까 삼촌도 안심하고 집에 갈 수 있어서 좋다."

"삼춘........ㅠㅠ"

"빨리가. 부모님 기다리시잖아.ㅎㅎ"


울상을 짓는 영원이의 등을

떠밀다시피 하여 차가 있는 쪽으로 보냈다.


그리고 조금 먼발치에서

영원이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보였고

그리곤 유턴을 하여 서울방향으로 가는 국도변으로

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후우.... "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차가 없는 것이 오늘처럼 아프기는 처음이다.


뒤돌아서서 좌석버스가 있는 정류장쪽을향해

나는 터덜터덜 향해 걷고 있었다.


나이 서른 둘.

아직 차도 없는 뚜벅이 신세.

담배가 참 쓰게 느껴진다....


=========



"삼추우우우우우우운~~~~~!!!!!"


멀리서 바람결에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환청일까.....


".........!!!!"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 본 나는

저 멀리 갓길에 세워진 차의 브레이크등 뒤쪽으로

나를 향해 뛰어오는 영원이를 볼 수가 있었다.


"맙소사....."


어린 여자애 혼자 달리기엔 조금 먼거리.

아까 분수대에서 물싸움을 할때

조금만 뛰고도 쉽게 지치던 모습이 생각이 났다.


나는 담배를 땅에 내던지고 힘껏 달렸다.



"삼추우우운~!!! ;ㅁ;"

나를 보자마자 내게 달려들어 품에 안기는 작은 아이.

나도 모르게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느껴진다.


"삼춘이랑 같이 손 꼬옥 잡구 버스도 타보고.... ??? 그러구 싶었는데....ㅠㅠ"

".........."

"삼춘 어깨에 기대서 잠도 자보고, 막막 그래보고 싶었는데....ㅠㅠ"

"뚝... 자꾸 울려구 하면 삼촌이 이놈한다!!"


왠지 가슴이 뭉클하다.

천천히 시작하자는 말은 자기가 꺼냈으면서

바보같이.... 하나도 지키지 못한다.


"우리 다음에 여기에 올땐, 꼭 같이 집에가효. 네? ㅠㅠ"

"응..."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있는 영원이에게

나는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잠시후 영원이는 다시 부모님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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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엥...? 이거 뭐야?"


잠시 딴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대화창에 온통 감정표현이 써져있는 것이 보인다.


"어라, 이런거 누가 가르쳐줬어?"

"우히힛!!"

묻는 말에 대답은 해주질 않고

쑥쓰러운 듯 계속 방방 쩜프만 해대는 녀석.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앞에서 매우 부끄러워 합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앞에서 매우 부끄러워 합니다.

"푸하하..ㅋㅋ"

"헤... ;ㅂ;)a"


와우는 더 이상 게임이 아니었다.

아니, 예전부터 우리에겐 게임이었던 적이 없었다.


전화였고,

메신저였고,

우리가 같이 시간을 보냈던 데이트 공간이었다.


"삼춘~!!! 'ㅁ')/"

"응. ㅎㅎ"

"나 잡아봐라~~~~ㅋㅋㅋ~~~"

"엇!! 먼저 뛰면 반칙인데!! ;ㅁ;ㅁ;ㅁ;"


저만치 넓은 초원사이를

앞서거니 하며 뛰는 영원이를 보며

나는 '천골마를 타고가볼까'하는 생각은 깨끗이 지워버린채

헥헥거리며 영원이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와우에서의 마지막 영원이의 모습이었다.

[펌]나는 흑마다...(13) (by 영원의나라)

13. 별

ㅡ "이따금 이런생각이
이내 머리를 스치곤 했습니다.

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별, -Alphonse Daudet


==========================



"그런데 계속 영원이라고 부를꺼에효? -_-)+"

".......아니, 그게아니라 습관이 되서;;"


집으로 가기 위해 정문을 향해 걸으면서

나는 영원이에게 무수히 많은 압박을 받아야만 했다.


"내 이름은 연희에요!! 이. 연. 희."

"..........;;"


잡고있는 손에 힘을 꽉주어 압박을 하며

스타카토를 주듯이 한자한자 또박또박 발음하는 영원이.


....아니 연희. -_-;


"알았어. 앞으로는 꼭 이름으로 불러줄께. ^^;;"

"진짜죠? ㅎ"


나한테 속고만 살았냐. 믿어보라니깐. -_-;;


.
.
.
.
.

"삼춘... 내가 갑자기 뽀뽀해서 놀랬죠..;;"

"........-_-;;"


장미원 벤치에서 잠시간의 적막이 흐른뒤에

영원이가 꺼낸 말이다.


"미안해요. 그럴려구 한 건 아니었는데...'


음.... 많이 놀랬지만, 기분 안나빴는데;;;;

사실, 나야 고맙지.

영계는 옷깃만 스쳐도 몸보신이 된다는 옛말도 있는 걸.


...아놔, 이 놈의 머리속은 뭐가 들어있는거얏!! ;ㅁ;


==========


"삼춘은 혹시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어요?"


당연히 믿지!!

우리도 오늘 처음 봤잖아. >ㅂ

"응..ㅎㅎ"


그런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영원이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믿지 않아요."

"응......?"


무슨 뜻일까?

혹시... 우리가 알고지낸 건 한달도 넘었으니까

아무리 게임상이라도 트고지낸지 오래된 사이니까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건가?

.....에이.... 놀랬잖아. ^^;


"....세상에 그런게 어딨어. 첫눈에 반하는게."

"........-_-;;"


뭔가 이상하다.

어디선가 핀트가 어긋난 것 같다.


"나는 믿지 않아요...."

".........?"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마치, 내가 알고있는 영원이가 아닌 것 같다.


"그런 건 소설속에서나 나오는 말일꺼에요."


분수대 위쪽을 수놓고 있던 불꽃놀이는

어느새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


"삼춘, 삐쳤어효?"

"..........."


자리에서 일어나 분수대 쪽으로 걸어갈 때

영원이가 슬그머니 말을 꺼낸다.


나는 아무말없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에~~~ 삐친거 맞구나?? ㅎㅎ"

"........."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럼 조금전에 나와 나눈 입맞춤은 뭐란 말인가.


"삼추우운~~ 화내지 마효~~>ㅂ

내가 아무 대답이 없자

가까이 다가와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린다.


"........"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 아이는 지금

날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일까.


"삼춘..... 화내지 마요. ㅠㅠ"


여전히 내가 말이 없자

영원이의 목소리가 작아진다.



"사실... 여기 처음 나오기 전에 되게 궁금했어요."

"........?"


포시즌가든 가운데에 있는 분수대에 다가가

잠시 앉았다.


조금전 끝난 불꽃놀이의 여운탓인지

약한 화약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키는 얼마쯤 될까. 덩치는 클까..."

"........."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혹시 배불뚝이 중년 아저씨는 아닐까...."

"풉."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실수다. -_-


"앗!! 삼춘 웃었다!! 그쵸?ㅎㅎ"

"-_-;;"


내가 무심결에 웃어버린 걸 본 영원이는

금새 밝아진다.

그리고 좀 더 가까이 다가와 내게 기댄다.


"삼춘... 처음 봤을때... 참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나이도 얼마 차이 안나보이고."


사실 동안이라는 소릴 자주 듣는 편이다.

지금도 어디가서 나이를 밝히지 않으면

서른 전후의 사람들에게 한참 애 취급을 받기도 한다. -_-;;


"키도 아주 크진 않지만... 나랑 딱 잘 어울리고...."


순간 울컥해서

'177cm면 내 또래중엔 걸리버급이얏!! ;ㅁ;"

하고 말할뻔 했다. -_-;;


"내가 생각하고 상상했던 모습처럼.. 따뜻하고 다정해 보이는 사람이라.. 참 좋았어요."

"......."


그런데...왜..?


"헤헷. 근데 너무 빠르잖아요. ㅎ"

".......?"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영원이는 분수대에 손을 담갔다가 꺼내

나에게 물을 끼엊기 시작한다.


"앗 차거!! ;ㅛ;"

"까르르르..."


나도 분수대 물을 한움큼 집어

영원이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꺄악~~~~!! 삼추우우우운!!! ;ㅁ;"

"일루와바바. 주겄어!! -_-)+"


나를 피해 손가방을 들고

마구 도망치는 영원이.


"아쭈~ 도망가?? "


그리고 양손을 모아 물을 한가득 뜬 채

그 뒤를 쫓아가는 나.


"꺄아~~!! 잘못했어요~!!!"

"일루 안와!! ;ㅁ;"



그렇게 잠시동안 공원안을 뛰어다니다

숨이 찼는지 이내 도망가길 포기하고

영원이는 근처 식당 야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나도 그 옆에 앉았다.


사실.. 쫓아다니다가 이미 물은 손가락 사이로 다 빠졌고

설령 물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해도 뿌릴 마음도 없었다.


"하아, 하아, 삼춘....."

"응..."

"우리... 조금 천천히 시작해요."

"........."


어느정도 숨을 고른 영원이는

갑???기 내게 오른손을 뻗는다.


"나는 연희에요."

응....?


"이.연.희. 절대 잊으면 안돼요.ㅎㅎ"

...연희... 참 예쁜 이름이구나.


"......나는 현민이라고 해."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나는 손을 뻗어서

연희의 손을 꼬옥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잘 부탁한다, 연희야."

"잘 부탁해요, 삼춘.ㅎㅎ"


어느새 분수대 주변 스피커에서는

에버랜드의 영업이 끝나감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어둑해지는 꽃밭 사이에서

잠시 그렇게 서 있었다.

[펌]나는 흑마다...(12) (by 영원의나라)

12. 추억만들기 Ⅱ

ㅡ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나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ㅡ
내게로 와줘서.



==========================


"앗, 차가와!!"

"까르르르~"



실수였었다. -_-


동물원지역엔 놀이기구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마존익스프레스인지 뭔지 하는

둥그스름한 물보트가 있는지 미처 기억이 안났다.


"삼춘한테만 물이 다 튀네요. ㅎㅎ"

"-_-;;"


이거... 보트도 사람 차별대우하나.

뭐 그다지 무섭지 않을꺼라 생각하고 올라탄 물보트가

이렇게 날 괴롭힐지는 몰랐다.


"흐으음... 너 자꾸 그렇게 놀릴래?"

"사실이잖아효.ㅎㅎ"


오호라. 그렇다 이거지?

두고보자구. -_-


"에~ 삼춘 삐쳤구나?"

"흥!! -_-"


짐짓 화가 난 듯 토라진 표정을 짓자

영원이는 어느새

슬그머니 내 손을 잡는다.


"아휴~! 우리 삼춘 화나써?? 쭈쭈쭈쭈~~"

"........-_-;;;;"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

나를 향해 장난치는 영원이를 보고

같은 보트에 탄 다른 연인과 부부들까지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다.


아놔, 민망해라. ㅠㅠ


"야... 사람들이 보잖아.;;;"

"보면 어때효. ㅎ"


이젠, 한술 더떠서

내게 살짝 기대기까지 한다.


가슴이 콩딱거려 미치겠다.


날 심장마비 걸리게 하려고

작정을 했냐. -_-



======



"와~!! 삼춘!! 호랑이 좀 봐요~!! "

"ㅎㅎㅎ"


우린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내리고 나서

바로 옆에 위치한 사파리버스를 타러 갔다.


.
.
.
.
"영원아, 그러니까 삼촌 말 알았지?"

내가 무언가를 속닥속닥 거리자

영원이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니까, 버스를 타면 일단 운전기사 뒷쪽에 앉으라구요?"

"응 -_-"

"혹시 바로 뒤에 앉지 못하더라도 꼭 왼편좌석에 앉으란 말이죠?"

"응 -_-"


다시한번 나에게 확인하는 물어보는 영원이.


".........왜요? ;ㅂ;)a"


짜식, 궁금해하기는.

조금있으면 다 알게 될텐데. -_-


.
.
.
"와~!! 사자가 버스에 덤벼들어요!!"

"응. ㅎ"

"근데... 버스를 왜 먹으려고 하는거지? ;ㅂ;)a"

".......-_-;;"



영원이의 뇌구조는

아무래도 정상인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가 보다.;;


이봐. 아무리 맹수라도 버스는 못먹는다구. -_-


"창문유리창 뒤쪽 한번 봐봐"

"네?"


내가 가리킨 손끝 창문밖에는

조그마한 걸쇄비슷한 것이 있었고

그곳엔 하얀색 종이봉투가 살짝 걸쳐져 있었다.


"저 속에 닭고기가 들어있거든?"

".........?"

"사자나 호랑이가 저 고기를 먹으려고 그러는거야."

"아...!!"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치 숙달된 조교처럼 시범을 보이듯

집채만한 호랑이 한마리가 가까이 다가와

종이봉투를 입에 물고 사라졌다.


"아!! 삼춘!! 봤어요? 방금그거??! 'ㅁ' "

"내 말이 맞지? ㅎㅎ"


그럼 내가 거짓말하리. -_-


"근데 왜 닭고기에요?"

"왜냐면..... 값이 싸니까. -_-"

"우웩!! 말도 안돼!!"


......진짠데. -_-



"자자~~ 여러분 이번엔 오른편을 보세요~~~"


재미있는 멘트와 함께 버스를 운행하는

사파리 운전기사 아저씨.


사람들이 우루루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자

아저씨 곧이은 멘트를 날린다.


"그곳엔 찝차가 있습니다. 네네. (__)"


동물은 아무것도 없고

덩그러니 혼자 있는 얼룩덜룩한 코란도차량을 향해

버스안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고

나와 영원이도 한참을 웃었다.


수십번을 타봤어도, 사파리투어는 언제나 최고다.


======


"자아~~ 지금부터 들어갈 곳은 곰들이 있는 지역입니다~"


털컹ㅡ 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리고

버스는 이내 다른 지역으로 진입을 했다.


드디어 왔군. -_-


"자아~ 왼편에 있는 곰은 에버랜드 최고의 재주꾼입니다."

"와~~"


기사아저씨가 익숙한 손짓으로

건빵을 던지자

낼름 받아먹는 곰돌이 녀석.


"재주 보여줘야지?"


건빵을 받아먹던 그녀석,

갑자기 선채로 한바퀴를 핑그르르 돈다.


"자아~ 한번 더 돌고~"

"와아아아~~"


건빵을 하나 먹고 한바퀴 돌고

건빵 또 하나 먹고 한바퀴 돌고,


버스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모두 곰의 재주를 보느라 시선을 떼지 못한채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쟤는 재주가 빙글빙글 도는 것밖에 없어서, 이름이 이사도라입니다~"

"까르르르르~"


여대생무리인듯한 네댓명이

기사아저씨의 멘트가 나오기만 하면 배를 잡고 구른다.


음... 쟤네들은 점심을 잘못 먹었나. -_-



======


"자~~ 하이파이브~~"

"우와와와~~"


어느덧 마지막 곰..

그 곰은 기사아저씨가 손을 내밀때마다

같이 손을 내밀어 하이화이브를 하기까지 한다.


저걸 보고 누가 미련 곰탱이가 할 것인가. -_-


"자~~ 건빵 던진다~~"


마치 말귀를 알아듣기라도 하는듯

운전기사 아저씨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곰.


"놓치지 말고 잘 받어~~"


멘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대강 0.5초씩 간격을 두고 연속으로 날아가는

건빵 다섯개.


"텁.텁.텁.텁.텁."

"허걱;;; 저 곰봐봐;;"


하나도 놓치지않고 날아가는 건빵을

모두 한입에 넣은 녀석.


"우와~~~~~"

버스안은 이내 환호로 가득찼다.


언제봐도 저 기술은 최고다.



============



"잘 봤어?"

"네에~ >ㅂ

어느덧 사파리투어가 끝나 버스를 내려

우리는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었다.



"우앙~~~ 우린 하나도 제대로 못봤잖아~~~ ㅠㅠ"

"자기야. 나중에 다시 또 보자, 응??"


오른편 좌석에 앉았었던 한 커플.

안타깝게도 버스안에서

사람들에 가려 제대로 곰들을 못 본 모양이다.


우린 본전을 제대로 뽑았기 때문에

왠지 뿌듯한 기분. -ㅂ-



"우린 진짜 가까이서 봤는데. 그쵸, 삼춘?? ㅎㅎ"

"응. ㅎㅎ"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나를 보고 영원이가 묻는다.


"엇, 설마 삼춘 그것때문에 기사아저씨 뒤에 앉으랬던 거였어요?"

".........(--)(__)"


묘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영원이.


"삼춘. 도대체 정체가 뭐에요? -_-)+"


워ㅡ 정체랄 것 까지야. -_-;;;;



=================



어느덧 시간은 8시가 넘어

어스름이 깔려가고 있었다.


"삼춘.... 딱 한개만 더타효, 네? ;ㅂ;"

".......-_-"


집에 가자는 내말을 들은체만체

자꾸만 떼를 쓰는 영원이.


"우리 후룸라이드 한개만 더 타효, 네?? ;ㅁ;"


어라. 후룸라이드. -_-?

갑자기 머릿속에 번개같이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다.


"흠.... 그럼 딱 그것만 타는거다. 알았지?"

"네에!! 진짜효!! ;ㅁ;)/"


오케이. 너 맛 좀 봐라. -_-


.
.
.
대기하고 있던 줄이 짧아지고

어느덧 우리가 탈 차례.

나는 영원이를 맨 앞자리에 앉혔다.


"헥.... 삼춘, 여자가 앞에 앉으라구요?"

"네가 뒤에 타면 위로 올라갈때 나한테 깔릴텐데? 설마 그걸 원해? -_-"


잠시 고민하던 영원이.


"아니효. ;ㅂ;)"

"그럼 앉아. -_-"



후룸라이드는 4인승이다.

우리 뒷쪽의 커플도 우리가 승차하는 모습대로

여자를 앞에 앉혔다.


그리고... 슬슬 통나무 보트는 출발했다.

.
.
.
.
"까약~~ 삼춘~~~~ 난 몰라~~~~ ;ㅁ;"


오호. 고작 이것가지고 비명이라니. -_-


에버랜드에서 재밌는 놀이기구중 하나가

바로 이 후룸라이드이다.

코스가 길기도 하고, 마지막 최종 내려오는 길목의 스릴은

어느 놀이공원 후룸라이드보다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이 놀이기구 만큼은 단련이 됐다.

모르긴 몰라도 백번은 탔을꺼다.


"흑흑... 삼춘, 이제 다 끝난거에효? ;ㅁ;"

"아닐껄. -_-"


갑자기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앞을 70도 가량 들고

보트는 수직상승(?)을 시작했다.


"꺄악~~~"


등을 내 가슴에 완전히 밀착시킨채로

다리만 바둥바둥 거리고 있는 영원이.


오케바리. -_-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은걸?


서로 맞닿은 손을 통해서

영원이의 자그마한 떨림이 느껴져온다.


미안하다.

이 삼촌을 용서해주렴. -_-


.
.
.
.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이스 -_-


까마득한 절벽에서 번지점프를 하듯

보트는 땅을 향해 떨어지듯 내려갔고

영원이는 지금까지의 겁없던 모습과는 달리

잔뜩 질겁한 모습으로

눈을 꼭 감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음... 조금 미안한 걸.

하지만, 어쩔 수 없단다. -_-


나는 보트의 무게중심을 살짝 더 앞으로 밀어

보트가 내려가는 각도가

조금 더 깊숙해지도록 힘을 주었다.


오케바리. -_-



"꺄아아아아아아악!!!!!!!"

"풍덩~~!!"


커다란 물보라가 우리를 덮쳤고

덩달아서 뒤에앉은 커플들도 물을 뒤집어 썼다.


미안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줄을 잘서야되요. -_-


어쨋거나 잠시 후,

영원이는 물에 흠뻑 젖은채로 고개를 들었다.



"우훼엥... 삼춘... 나 다 젖었어효. ;ㅅ;"

"응 -_-"


미안하다.

일부러 그랬다. -_-


"힝.. 무서웠어효. ㅠㅠ"

".........."


어느새 내릴 때가 되어

조명이 우리가 타고있는 보트를 비추자

물기에 젖은 영원이의 머리, 그리고 뽀얀 얼굴.


워.... 이걸 노린건 아닌데.
.
.
.
예.. 쁘....다. -_-;;



============



"삼춘!!! 근데 삼춘은 어떻게 여길 그렇게 잘 알고 있어효? 'ㅁ')/"


회전목마뒤편에 위치한 로즈가든.

일명 장미원이라 일컫는 그곳에서

분수대 사이를 거닐다가 영원이가 무언가 묻기 시작한다.


흠..... 말해줄까 말까. -_-


"삼춘!!! 말해줘요~!! 네?? ;ㅂ;)a"

";;;;;;;;;;;;;;;"


오줌싸개 동상 옆 구석 작은 벤치.

연인들을 위해 놓여있는 것일까,


우린 잠시 그곳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예전에... 여기서 잠깐 일한 적이 있었어."

".........에?? ;ㅂ;)a"


사실이다.


97년도 IMF가 터진 직 후,

원서값이 폭등해서 교재를 살 돈조차 부족하여

부득이 학교를 휴학하고

계약직으로 이곳에 와서

일년동안 일을 했던적이 있었다.


"삼춘은 무슨일 했는데요?"

".....바이킹 돌렸어. -_-"

"에에?? 근데 놀이기구를 글케 못타효? ;ㅂ;)a"

".........-_-;;"


바이킹 운행하는 거하고

놀이기구 잘 타는 거하고는

질적으로 다른 건데...;;;;

.
.
.
"근데.... 삼춘."

"응?"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영원이.


"근데.... 배만드는 회사는 왜 그만둔거에요?"

"..........."


잠시 잊고 있었던 생각이 났다.

아니, 지우려고 했던 기억이 났다.


"....글을 쓰고 싶었거든."

".........?"



나름대로 촉망받는 대기업에 입사하여

2년동안 밤낮없이 일만 하는 동안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빈자리가 있었다.


'이렇게 일만하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늙어가는 거겠지.'


중학교 시절부터 신문배달을 시작으로

전단지 돌리기, 호프집, 레스토랑 서빙아르바이트,

막노동과 바텐더까지

나의 인생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같은 삶은 이어져왔고

군대에 있는 3년을 제외하고는

나는 항상 일을 해야만 학교를 다닐 수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해본 아르바이트가

대략 50여가지가 넘어갔었고


심지어 직장조차 대학 졸업직전에 들어갔으니

나는 참 피곤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내 인생의 쉼표를 찍고싶다는 생각을 했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 후에

그날부로 서울로 다시 올라오고야 말았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
.
.

"...그래서, 많이 썼어요?"

"음... 조금. ㅎ"


사실, 습작삼아 썼던 시나리오가

좋은 반응을 얻어서

영화를 만들기 일보직전까지 갔던 시절도 있었다.


"어....? 근데 왜 지금은 그냥 회사에 다니는 거에요?"

".........."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 불을 붙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조그마한 변두리 지하 자취방에서

굶기를 밥먹듯이 하고 라면을 벗삼아

이것저것 습작들을 끄적거리던 시절,


우연히 인터넷의 한 게시판에서 알게되었던 한 사람

그리고 어느순간 나의 전부가 되었던 여자가 있었다.


ㅡ 오빠. 글쟁이는 미래가 없다고 부모님이 반대하셔.

ㅡ 오빠. 작가는 여자를 고생시킨다고 엄마가 자꾸 뭐라고 해.

ㅡ 오빠. 난 오빠가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나는 조금의 망설???도 없이 모든것을 다 정리했고

구인광고만 보면 무조건 원서를 내기 시작한 결과

겨우, 지금의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이 있었거든. 지금은 헤어졌지만..."


나는..... 펜을 꺾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 여자는 나를 떠나 다른 사내에게로 갔다.



"....미. 미안해요, 삼춘. 내가 괜한 걸...ㅠㅠ"

".........."



한 여자를 위해 나의 꿈조차 버렸건만

아무것도 내게 남은 것은 없었다.


가슴속 깊은곳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솟아 오른다.



"삼춘... 울어요....?"

".........."


내 눈물은

그녀를 다른 남자에게 떠나보낼때

그녀와 함께 모두 흘려버렸다.


더이상

나는 흘릴 눈물이 없다.


"울긴 누가........"


무언가 뜨거운 것이

내 볼을 스치고 흘러내린다.

이건... 뭘까.


"삼춘........"


희뿌연 나의 시아에

영원이의 작은 손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따뜻한 영원이의 손길이

내 볼과 내눈에 흐르는

그 무언가를 가만히 어루만진다.


"삼춘은..... 참 바보에효. "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오는 영원이의 입술.

나는 눈을 감았다.



회전목마 뒤편 포시즌스 가든에서

레이져쇼와 함께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었고

눈부신 불꽃 아래 장미가 만발한 그 곳에서

우린 수줍게 입술을 나눴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5월의 장미향보다

더 달콤한 향기가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


글을 쓰기전

항상 1편부터 차례대로 읽어봅니다.

행여 흐름이 흐트러지진 않는지

느낌이 변하여 가진 않는지

몇번이고 처음부터 다시 읽어 봅니다.


그래서 갈수록

글을 올리는 시간간격이 길어지는군요.

죄송합니다.

(이미 지나버린 글이지만

중간에 오탈자나 문맥이 틀린곳을 수정하기도 합니다 -_-;)


오늘 다시 한번 느낀거지만

1편부터 바로 전편까지

올린지 꽤나 오래된 글들임에도 불구하고

추천수나 리플이

계속 늘어나고 있더군요.


특히 조회수의 경우

어느샌가 모두 세자리를 넘어선 것을 보니

맘 한구석에선 감사하기도 하고

또, 자주 올리지 못한 마음에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항상 지켜봐주시고 리플달아주신 분들.

지나간 글들까지 꼬박꼬박 추천해주신분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늦은 밤,

모두 안녕히 주무세요.

[펌]나는 흑마다...(11) (by 영원의나라)

11. 추억만들기

ㅡ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볼 때

당신과 함께한
모든 일들은

내게 너무나도 과분한
큰 선물이었습니다.


==========================


"삼춘!! 우리 바이킹 타러가요!! "


워... 무슨 여자가 이리 지치지도 않냐.

분명히 여기 오기전에

에너자이저라도 삶아먹은 모양이다. -_-


"우리 조금 쉬었다가..... ^^;;"

"안돼욧!! 벌써 오후 두시란말에요!! 아직 못탄게 얼마나 많은데!!"

"....................ㅜㅜ"


들어오자마자 입구쪽에있던 '허리케인'부터 시작해서

'브레이크댄스', '독수리요새'등등

벌써 놀이기구만 4개는 탄것 같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아오... 이런 무서운 걸 도대체 왜들 타는 거얏!!! ;ㅁ;


"칫... 삼촌 벌써 지친거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입장이 완전히 거꾸로 됐다.

와우안에서는 내가 일방적으로 리드를 하다가

현실에서는 거꾸로 리딩을 당하니


음.. 뭐랄까.

전사가 인던안에서 마법사에게 풀링을 뺏긴 기분같은 것일까. ㅠㅠ


"음... 그럼 삼춘!!"

"응?"

"우리 저거 먹으러가효."


오오ㅡ 듣던중 반가운 소리.

영원이의 맘이 변하기 전에 후딱 가야겠다.



내 손을 잡아끌고 영원이가 당도한곳은

숯불그릴위에 소세지와 치킨등을 팔고있는

작은 야외 스낵코너였다 .


"삼춘!! 나 저거 사줘요!"

"음.... 어떤거 먹을래?"

"다 먹을래요!! 다 사줘욧!! >ㅂ<"

"알았어. 그럼 저기 자리 맡아놓구 있어"

"네!!"


나는 스넥바에 있는 치킨이며, 소세지

음료는 물론이고

안쪽 깊숙한 곳에 들어가서

떡볶이와 오뎅, 거기에 버터오징어까지 사왔다.


여기서 먹을껄 왕창 먹으면서

시간을 벌어보는 거야. -_-




"켁..... 이걸 다 누가 먹어욧!!"

"..........-_-"


커다란 쟁반위에 음식물을 한가득 들고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모습을 본 영원이가

기가막히다는 듯 입을 딱 벌리고 있었다.


지가 다 먹는대놓구. -_-


"아이구!!! 내가 정말 못살아!! ㅋ"

".........-_-)a"


언젠 우리가 같이 살았냐. -_-


========


오늘은 화창한 토요일.

여기저기 유모차를 끌고다니는

단란한 가족들의 모습들도 자주 눈에 띄었고

5월이라는 시간은, 정말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하는 것 같다.




"삼촌, 저기봐요."

"응?"


영원이가 손끝으로 가리킨 곳에는

노란색 모자와 유니폼으로 단장을 한

유치원 아이들이 두줄로 걷고있었다.


"너무 귀엽다... ㅎㅎ"


흠... 귀엽기도 하겠다.

저녀석들이 쫌만 커서 초딩이 되면

삼단변신 로보트보다 더 변형을하여

세상을 습격하는 괴물들이 된단다. -_-


"참새~"

"짹짹~"

"병아리~"

"삐약삐약~"


여선생의 구령에 맞춰

서로 손을 꼬옥 붙잡고

하낫, 둘, 걷는 모습들....


흠... 뭐 귀엽긴 하군. -_-


"삼춘!! "

"응?"


갑자기 그 큰눈에 장난기를 잔뜩 머금고는

내게 불쑥 말을 꺼낸다.


"삼춘은... 돼지."

.......응......-_-?


"세상에 그 많은 걸 혼자 다 먹잖아요!! ㅋ"

"........"


지도 먹으면서. -_-


"참새!! 짹짹!! 삼춘!! 꿀꿀!!"

"..........-_-;;"


그래, 그렇게 갖구 놀다가 제자리에만 갖다놔라. -_-;



뭐가 그리 좋은지

영원이는 여기저기 눈에 띄는 것마다

모두 눈속에 담으려는 듯

음식을 먹으면서도 연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진짜... 에버랜드 첨이긴 한가보다. -_-


"삼춘!! 우리 가욧!!"


헉... 벌써 다 먹었네;;;

그래도

아직 버터구이 오징어는 남았는데.... ;ㅛ;


"이번엔 어디랬죠?? 동물원쪽?"

"으... 으응!!"


내 팔에 깊숙히 팔짱을 낀 채

다른한손에는 오징어 봉지를 들고

영원이는 동물원이 있는 지역으로 뛰기 시작했다.


워... 아가씨. 제발 천천히 좀 가자구.

나 아직 소화도 안됐단 말이닷.ㅠㅠ


===============



"와!!! 진짜 너무 귀엽다!! ;ㅂ;"

"거봐. 내말 들음 좋다니깐. -_-"


.
.
.
에버랜드에 들어오기전에

입구 매표서 왼편에 보면

제과점과 작은 편의점이 하나씩 있다.


나는 영원이를 기다리면서 그곳에 들러

새우깡 한봉지와 커다란 건빵을 한봉지 샀다.


"응? 삼춘 그건 모에요?"

"이따가 보면 알게 돼. ㅎ"


우리는 동물원 지역을 거닐다가

작은 다람쥐원숭이를 어깨에 올려놓고

거닐고 있는 사육사를 보았고

나는 자연스럽게 새우깡 봉지를 뜯어

영원이에게 건넸다.


"가서 줘봐봐. ㅎㅎ"

"어? 그래도 돼요?"


조심스럽게 새우깡을 들고 다가서서

원숭이에게 주는 영원이의 모습.


"와!! 어떡해!!! 너무 귀여워!! ;ㅂ;"


다른 커다란 원숭이들과는 달리

다람쥐 원숭이는 굉장히 작다.


식성이 좋아 어떤것이든 모두 좋아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먹는 모습이다.


새우깡을 주면 손으로 받는데

양손으로 하나씩 쥐고

너무도 맛있게 먹는다.


사람으로 치면 커다란 바게뜨빵을

양손에 하나씩 쥐고 먹는다고 해야하나. -_-

아니다. 가래떡을 쥐고 먹는 정도겠다.


"삼춘!! 진짜 너무너무 귀엽죠!! ;ㅂ;"


우리에게 살짝 인사를 하고 또 다른곳으로 사육사가 가자

내 어깨를 마구마구 안마(?) 하면서

영원이는 어쩔줄 몰라한다.


..............아프다. -_-


"그럼 다음 코스로 가볼까?"

"와!! 또 있어요?"

"당연하지. -_-"


기회는 이때뿐이란 말이다.

내가 놀이기구를 안타도 될 절호의 찬스를 만났는데

그냥 넘어갈 것 같니. -_-


"아 참, 저기.... 원숭이들한테 남은 새우깡은 주고 가자"

"네에~ㅎㅎ"


시간끌기 일단 성공. -_-


=======


영원이는 우리안에 원숭이들에게

새우깡을 하나둘씩 던져주며

연신 공을 쏟는다.


"아우!!! 자꾸 저 큰애가 다 받아먹어효..ㅠㅠ"

"아우!! 저기 아가 엄마한테도 던져줘야 하는데!!"

"아우!! 야, 너 혼자 다 먹지마!!! ;ㅁ;"


.....혼자 잘 논다. -_-


이윽고, 새우깡은 금새 빈봉지가 되고

안타까운 눈빛으로 나를 보는 영원이.


역시 과자가 떨어져야 나를 보는군. -_-;;


"...저쪽으로 가보자."

"네!! ㅎㅎ"


우리는 다음코스를 향해 길을 떠났다. -_-


==========


"까약!!! 삼춘!!! 봤어요?? 어쩜좋아!!"

"응, 봤어. 그러니까 진정해. -_-"


우리가 건빵봉지를 들고 도달한 곳은

다름아닌 북극곰 우리.


그곳은 높은곳에서 내려다 볼수있는 형식으로 되어져있고

약 3/4 정도가 물로 이루어져

항상 헤엄을 치고있는 북극곰들을 볼 수가 있다.


흠.... 남극곰이었나? -_-


"꺅!!! 또 받아먹었어!! 너무 귀엽다!! ;ㅂ;"

"....-_-"


어쨋거나 우린 건빵을 위에서

곰들에게 던져주었으며

곰들은 물위에 떠있는 것을 먹기도 했지만

채 떨어지기도 전에 공중에서 건빵을 나꿔채 먹기도 했다.

마치 사냥개 같다고 해야하나?


날렵도 해라.

저 모습을 보면 누가 미련 곰탱이라 할 것인가. -_-


"정말 너무너무 재밌어요. ㅎㅎ"

"재밌다니 다행이네."


그런 우리들의 모습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모여들었고

건빵을 어디서 사냐고 묻는 사람들도 종종있었다.


"음... 이건 밖에서 가져온거구요, 저기 보시면 곰 먹이 자판기 있어요."


사실 그 자판기 안에파는 것도 건빵이다.

다만... 1000원에 몇알 안들었다는 단점이 있을뿐.



"삼춘..... 근데 저기 쟤한테도 좀 주고 싶은데 너무 멀어효. ;ㅅ;"


저 멀리 한녀석이 헤엄을 치지않고 혼자 그늘에 쳐져있다.

영원이가 여러번 그쪽으로 건빵을 던져봤지만

날아가다가 힘이 다한듯

중간에 건빵은 떨어지고 만다.


다른 관람객들도 자판기에서 건빵을 사와

열심히 던져보았지만

거기까지 날아가기에 건빵은 너무 힘이 없다.



"아... 쟤 너무 불쌍해요.ㅠㅠ"


더위에 지친것일까.

조금 안쓰럽게 느껴진다.


"음.. 삼촌 건빵한개 줘봐"


건빵을 던질때 어깨로 던지면

그다지 멀리가질 않는다.

엄지와 중지사이에 건빵을 세로로끼고

튕기듯이 날려야면 원하는 위치까지 보낼 수 있다.


"와!!! "

"오호!!!"


내가 손을 앞으로 밀듯이 뻗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그늘속에서 쉬고있는 곰을 앞발 근처에

건빵이 떨어진다.

그리고 지켜보던 구경꾼들의 환호가 이어진다.


"와!! 어떻게 거기까지 날린거에요?"

"삼촌이잖아. -_-"



내친김에 몇개를 더 손으로 튕겼다.

하나도 빠짐없이 그늘에 있는 곰의 발치에까지

건빵이 날아가자 지켜보던 구경꾼들도 모두 환호를 올린다.


"역시 우리 삼춘이 세상에서 가장 최고에요.ㅎ"


흐뭇한 미소로 나를 쳐다보는 영원이.

아놔. 챙피하게시리. -_-;;;



어느덧 뜨겁던 햇살도 잦아들고

에버랜드 구석의 동물원 구역에도

하나둘씩 어스름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른 추억을 만들어간다.



===================


글을 쓰다가

에러가 떠서 날아가버려 다시 썼더니...

영 느낌이 이상하네요.

내용도 엄청 짧아져버렸구요.ㅠㅠ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짧지만... 이거라도 올립니다.


죄송합니다.ㅠㅠ